서예/법첩임서

서보48 -먹기계 수리, 뜻을 얻으면 말은 잊는다

雅嵐 2025. 6. 25. 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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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천 박영달 샘

 

먹가는 기계

먹가는 기계가 고장이 났네요구매한 모 서화사에가서 써비스를 부탁하니 고치는데 돈이 많이든다고 하며 새로 구입하라하네요아이구 이걸 어쩌나?도로가지고 와서 내가 직접 고장부분을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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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암 이용완 샘은 버려지는 선풍기에서 타이머를 떼어 수리했다가 

벨트도 갈고... 결국 톱니바퀴가 뭉개져 3일 만에 버리셨다고 한다.

https://blog.naver.com/goam3727/222384771337

 

30년 먹가는 기계 수리

먹가는 기계 수리 했습니다 벨트 2천원 에 30년된 먹 가는 기계 가 원래 타이머가 먹통 인데 재활용 장 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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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방치했더니

딱 30년 된, 대상 상금으로 마련했던 감로연 먹기계 타이머가 끊긴 듯하다. 이제 누름틀도 잘 안먹힌다.

분해는 잘 해서 구조를 파악하기는 했는데 타이머까지 따니 튕겨 못쓰게 되었다.

분해하지 않았더라도 양끝 고정 홈에 걸렸던 하나가 삭아 끊어진 것 같아 고칠 수도 없었을 것이다. 타이머 분해는 안된다는 깨달음. 책장에 오래 올려 둔 다른 먹기계를 작동해보니 소음이 크다.

받침 고무 하나가 없어 음료뚜껑으로 대체하고, 먹이 너무 길게 잡혀 알뜰히 쓰기 어렵다.

폭도 좁아 큰 먹이나 예전 감로연 기계에서 먹이 짧아지면 끼워쓰던 먹잡이를 끼울 수 없다.

온 집안에 먹향이 퍼지고 상큼한 사각사각 먹갈리는 소리. 

 

 

모시고 나간 날 전철역까지 거의 다 와서 우산도 소용없는 노배기를 했다.

카드와 주민증과 각종 증명서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첫날은 현금으로 전철 보증금 있는 카드를 발급받아 유료이용을 했고

다음날은 내 카드로 다인승입니다 하고, 환승할 때 미리 말하고 아까 내린 다인승카드를 다시 댔다.

힘드시다고 내 계획과 달리 오래오래 버스만 탔다. 나도 힘들다.

그래서 견과류도 아주 조금 샀다. 무거운 짐은 함께 하는데 거추장스럽다.

다음엔 한방센터에서 족욕도 하시게 하면 덜 힘드실까?

 

글씨는 천천히 쓰는대로 보충해야 할 것 같다.

내 생활에 물 조차 들일 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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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 이상문학상수상작품집에서

은희경 소설을 읽다가 메모해 둔 기억이 난다.

달을 가리키면 손가락을 잊고 지붕을 올라가면 사다리를 잊고....

장자에서 인용한 물고기를 잡으면 통발을 잊고...는

은혜를 잊는 것으로도 많이 인용하지만

잊어야 맞는 것인지도 모른다.

뜻을 얻었으면 

말을 잊는 것이라고 했다.

 

내가 좋아하는 글자 '數'가 나와 또 다시 찾아두었다.

 

 

 

至若數畫並施, 其形各異, 衆 / 點齊列, 為體互乖(1). 一點成一字之規, 一字乃終篇之準.

 

違而不犯, 和而不同,(1) 留不常遲, 遣不恒疾, 帶燥方潤, 將濃遂枯, 泯規矩於方圓, 遁鉤繩之曲直, 乍顯乍晦, 若行若藏, 窮變態於豪(2), 合情調於紙上, 無間(3)心手, 忘懷楷則.

 

自可背羲獻而無失, 違鍾張而尚工. 譬夫絳樹青琴(1), 殊姿共艷, (2)珠和璧(3), 異質同妍. 何必刻鶴圖龍, 竟慙(4)真體, 得魚獲兔, 猶恡(5)筌蹄.(6)

 

해석

위반하면서도 범하지 않고, 화합하면서도 부화뇌동하지 않는다. 머무름은 항상 더디게 하지 않고, 보냄은 늘 빠르게 하지 않는다. 건조함을 띠어야 비로소 윤택하고, 짙게 하려다가도 마침내 마르게 한다. 그림쇠와 곱자는 방원에서 다하고, 곡척과 먹줄의 곡직을 피한다. 잠깐 나타났다가 잠깐 어두운 것은 가는 것 같거나 감추는 것 같다. 변화의 자태는 붓끝에서 다하고, 정조는 종이 위에서 합한다. 마음과 손에 사이가 없고, 가슴속에서 법도를 잊는다.

 

자연히 왕희지왕헌지를 위배하여도 잘못이 없고, 종요장지를 위반하여도 오히려 공교할 수 있다. 비유하자면, 강수와 청금은 자태는 달라도 함께 아름답고 수후의 구슬과 화씨의 둥근 옥은 바탕은 다르지만 같이 아름답다. 하필 학을 새기고 용을 그리며 참된 형체를 부끄러워하고, 물고기를 얻으며 토끼를 포획하였으면서도 오히려 통발과 올무를 아끼랴!

 

주석

(1) 和而不同(화이부동) : 논어자로에서 군자는 화합하면서도 부화뇌동하지 않고, 소인은 부화뇌동하면서도 화합하지 않는다.”라고 하였다. 이것의 원래 뜻은 군자는 자신의 정확한 의견으로 다른 사람의 잘못된 의견을 바로잡고 모든 것을 적절하게 처리하며 맹목적으로 부화뇌동하지 않는다. 이에 반해 소인은 단지 맹목적으로 부화뇌동만 할 뿐 자신의 다른 의견이 없음을 말한 것이다. 손과정은 서보를 인용하여 서예 창작은 변화에서 통일을 구해야지 통일을 구하기 위해 다양한 변화를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을 설명하였다. ‘()’()’은 모두 고대에서 중요한 철학미학의 범주에 속하였다. ‘는 다른 사물의 모순의 통일이거나 혹은 모순적이고 대립적인 것을 화합하는 것이다. ‘은 동일 사물을 서로 더하거나 혹은 공존하는 것이다.

(2) 묵적본이현사에는 ’, 사고본호남본에는 라 하였으나 여기에서는 전자를 따른다.

(3) 묵적본사고본호남본에는 ’, 이현사에는 이라 하였으나 여기에서는 전자를 따른다.

 

(1) 絳樹青琴(강수청금) : ‘강수(絳樹)’는 중국 고대의 미녀이고, ‘청금(青琴)’은 전설 속의 여신이다. 삼국시대 위나라 조비는 답번흡서에서 지금의 묘한 춤은 강수보다 공교한 것이 없고, 맑은 노래는 송랍보다 잘하는 이가 없다.”라고 하였다. 유견오는 영미인시에서 강수와 서시는 함께 용모와 거동이 좋다.”라고 하였다. 사기사마상여열전에서 청금복비의 무리는 특별히 세속을 떠나 아름답고 우아한 것과 같다.”라고 하였다.

(2) 묵적본이현사에는 ’, 사고본호남본에는 라 하였으나 여기에서는 전자를 따른다.

(3) 隨珠和璧(수주화벽) : 수후의 구슬과 화씨의 둥근 옥으로 널리 진귀한 보물을 가리킨다. 회남자남명훈에서 수나라는 한나라 동쪽의 나라로 희씨 성이 제후였다. 수후는 큰 뱀이 상처를 입어 잘라진 것을 보고 약을 발라 붙여 주었다. 뒤에 뱀은 강에서 큰 구슬을 머금어 보답하였다. 따라서 수후지주라 일컬었다.”라고 하였다. 한비자화씨에서 초나라 사람 화씨가 초산에서 옥돌을 얻어 초 여왕에게 바쳤다. 여왕은 옥장에게 감정하도록 하였다. 옥장은 돌이라 하였다. 여왕은 화씨를 속인 것이라 여겨 왼쪽 다리를 잘랐다. 여왕이 죽고 무왕이 즉위하였다. 화씨는 다시 옥돌을 무왕에게 바쳤다. 무왕은 옥장에게 감정하도록 하였다. 다시 돌이라 하였다. 무왕은 다시 화씨를 속인 것이라 여겨 오른쪽 다리를 잘랐다. 무왕이 죽고 문왕이 즉위하였다. 화씨는 옥돌을 끌어안고 초산의 아래에서 울었다. 사흘 밤낮을 울어 눈물이 다하고 피가 뒤를 이었다. 문왕은 이를 듣고 사람을 보내 까닭을 묻도록 하였다. ‘천하에 다리를 잘린 이가 많은데 자네는 어찌 슬프게 우는가?’라고 묻자 화씨는 나는 다리를 잘려 슬픈 것이 아니라 보배로운 옥을 돌이라 한 것이 슬프고 곧은 선비를 속였다고 한 것이 내가 슬퍼하는 까닭입니다.’라고 하였다. 문왕은 옥장에게 옥돌을 다듬도록 하여 여기에서 보불을 얻어 마침내 화씨지벽이라 명명하였다.라고 하였다.

(4) 묵적본사고본이현사에는 ’, 호남본에는 이라 하였으나 여기에서는 전자를 따른다. ‘은 같은 글자이다.

(5) ‘은 모두 같은 글자이다.

(6) 筌蹄(전제) : 통발과 올무로 이는 물고기와 토끼를 잡는 도구로 이후 목적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을 비유하는 말로 사용하였다. 장자외물에서 통발이라는 것은 물고기에 있는 까닭에 물고기를 얻고 통발을 잊는다. 올무라는 것은 토끼에 있는 까닭에 토끼를 얻고 올무를 잊는다. 말이라는 것은 뜻에 있는 까닭에 뜻을 얻고 말을 잊는다.”라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