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붓을 잡는 신입회원들에게
전서 석고문을 첫 교재로 밀고나가기는
많은 용기와 내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
그래도 15년의 지도 경험으로는 이 방법이 맞는 것이었다.
하루도 안빠지고 그런 말씀을 하셨더랬다.
"이거~ 뭐~ 글씨도 아니고 그림도 아니고 알아먹덜 못하는 걸~"
목소리도 크셔서 수업내내 내 얼굴을 빨개지게 하셨다.
연세드신 분들은 빨리 행초서를 쓰고 싶어 하셔서
이 과정이 애송이 훈장인 내게 더 어려운 과정이다.
마치 이인삼각경기를 하듯 거의 끝날무렵 겨우 발을 맞춰가기도 하고
끝내 이것을 끝으로 붓글씨를 그만두기도 하는 안타까운 과정이다.
전서 예서는 해서 행서를 잘쓰기 위한 과정입니다.
몇 주 결석을 하셨다.
자녀분들과 일본여행을 다녀오셨다 하면서
일본에는 거리 간판들이나 안내문들 거의가 붓글씨로 쓰여있고
서예교실에서 배운 익숙한 글자가 많더라고 했다.
전서 석고문, 예서 을영비를 배웠을 뿐인데
낯이 익어 기분이 좋더라고...
모두 다 해석하고 읽을 수는 없지만
어렴풋이 짐작하고 아름다운 예술품으로 보시면 돼요.
했더니
"우리가 뭐 팝송을 다 해석하고 듣나요. 알아먹진 못하고
몇 마디만 귀에 들리지만 아름답게 듣잖습니까.
그것과 마찬가진 것 같아요.."
그러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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