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踏雪野中去 답설야중거

雅嵐 2022. 4. 27. 16:28

 

踏雪野中去 답설야중거

不須胡亂行 불수호란행

今日我行蹟 금일아행적

遂作後人程 수작후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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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으로 읽는 한시] 야설(野雪)

안대회·성균관대 교수·한문학  입력 2013.02.19 02:34
 

야설(野雪)

눈을 뚫고 들판 길을 걸어가노니
어지럽게 함부로 걷지를 말자.
오늘 내가 밟고 간 이 발자국이
뒷사람이 밟고 갈 길이 될 테니.

穿雪野中去(천설야중거)
不須胡亂行(불수호란행)
今朝我行跡(금조아행적)
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

―이양연(李亮淵·1771~1853)

 

조선 정조와 순조 때를 살다 간 시인 임연당(臨淵堂) 이양연의 작품이다. 김구(金九) 선생의 애송시로 많은 애독자를 갖고 있다. 서산대사의 작품으로 잘못 알려져 있지만 정작 서산대사의 문집인 '청허집(淸虛集)'에는 실려 있지도 않다. 이양연의 시집 '임연당별집(臨淵堂別集)'에 실려 있고, '대동시선(大東詩選)'에도 이양연의 작품으로 올라 있어 사실상 논란의 여지가 없다. 게다가 짧은 시에 촌철살인의 시상(詩想)을 멋지게 펼쳐내고, 따뜻한 인간미와 깊은 사유를 잘 담아내는 이양연의 전형적인 시풍(詩風)을 보여준다.

어느 날 눈길을 헤치고 들판을 걸어가면서 자신의 행로가 지니는 의미를 반추해본다. 누가 보지 않아도 똑바로 걷자. 혹시라도 내 행로가 뒤에 올 누군가의 행로를 비틀거리게 만들지도 모른다.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똑바로 살자. 내 인생이 다른 인생의 거울이 될 수도 있다. 아마 이런 뜻의 잠언(箴言)이리라. 순백(純白)의 설원(雪原)에 서면 맑은 영혼으로 인생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드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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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대회의 옛글 읽기] 눈길

조선일보 입력 2005.01.07 17:19 | 수정 2005.01.07 17:28 

지난주 일본 동북 지방의 도시 센다이에서 국제학술모임을 갖고 왔다. 일본인 교수는 눈이 많이 내리는 곳인데도 이번 겨울에는 첫눈도 오지 않아 눈이 쌓인 장관을 구경시켜 주지도 못한다며 아쉬워했다. 새해가 왔지만 한국서도 아직 첫눈을 보지 못했다. 세상은 반목과 갈등으로 1년의 세월을 보내고 화해의 약속도 하지 않은 채 한 해가 저물었다. 허전함과 삭막함이 가슴을 채우니 눈이라도 푸지게 내린 어딘가로 가서 며칠 지내고 싶다.


눈을 기다리다 보니 야설(野雪)이란 시가 떠오른다.

'눈발을 뚫고 들판 길을 걸어가노니/ 어지럽게 함부로 걷지를 말자./ 오늘 내가 밟고 간 이 발자국이/ 뒷사람이 밟고 갈 길이 될 테니(穿雪野中去, 不須胡亂行. 今朝我行跡, 遂作後人程).'

순조 연간의 시인 이양연(李亮淵)의 작품으로 김구(金九) 선생의 애송시라 해서 널리 알려졌다. 선생은 들판의 눈에 찍는 발걸음에서 우국지사의 정신을 읽으셨으리라. 그러나 드넓은 벌판을 헤치며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고 걸어가는 모습에서 갈등의 세상을 헤쳐 가는 묵직한 인생행보를 읽는 것도 어색하지 않다. 지사가 아니라도 시에서처럼 눈길을 따라 걷는다면 복잡한 생각을 접고 가야 할 작은 길이 차분하게 떠오를 것만 같다.

눈이 내리는 아름다운 장면 하나쯤 경험하지 않은 사람 없으리라. 영화는 또 어떤가? 그러나 '수호전(水滸傳)'에 나오는 한 장면을 영화보다 훨씬 생생하게 상상할 수 있다.

80만 금군(禁軍)의 교두(敎頭)였던 표자두(豹子頭) 임충(林?)이 날조된 죄를 뒤집어쓰고 억울하게 창주(滄州)로 유배되어 폭설 속에 고생하는 9회와 그 다음 장은 겨울을 배경으로 한다. 임충을 죽이기 위해 고태위가 파견한 네 명의 자객이 그를 초료장(草料場) 관리인으로 삼고 그가 잠든 사이에 초료장을 불태울 계획을 짠다. 때는 마침 엄동설한이라, 폭설이 내려 추위에 떨던 임충이 술을 사기 위해 먼 주막까지 길을 나선다. 날은 춥고 어두운데 폭설이 퍼붓는 길을 술병을 매단 긴 창을 어깨에 멘 채 걸어간다. 술을 사 가지고 돌아오니 거대한 초료장은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그가 잠시 다른 곳에 피신한 사이 자객들은 임충이 안에 있는 줄 알고 초료장을 불태운다. 목초를 쟁여둔 창고가 불길에 휩싸이고, 분노한 임충이 자객 넷을 죽이는 사건이 뒤를 잇는데 그 사이에 눈은 갈수록 세게 퍼부어 대지를 하얗게 덮는다. 폭설 속에 음모와 분노, 살인과 복수가 벌어졌지만 눈은 그러한 인간들의 추태를 아랑곳하지 않고 뒤덮어버린다.

 

임충이 긴 창 끝에 술병을 매달고 폭설 속을 헤치며 가는 장면은 명(明)나라의 한 비평가가 "이런 고생을 겪는 임충의 모습을 후세 대장부가 보게 된다면 차마 눈뜨고 보지 못하고 마음 깊이 개탄할 것"이라고 말한 것처럼 비장미가 넘친다. 하지만 폭설 속에 불타는 초료장의 거대한 불길이야말로 훨씬 인상적이다. 폭설은 폭설대로 장엄하고, 불길은 불길대로 장엄한 이 장면은 불운에 좌절하지 않는 표자두 임충의 강렬한 분노와 의지를 보여주는 듯하다. 비평가 김성탄(金聖歎)은 이 대목을 두고 흥미롭게도 학질문자(?疾文字)라고 평했다. 추울 때는 정말 춥고 더울 때는 정말 더운 학질처럼 추위와 더위, 냉혹함과 따뜻함이 함께 있다고 해서다. 우리의 경험도 학질의 모습이 있다.

주말에는 가족들과 1년에 한 번쯤 가는 산골로 가서 지내려 한다. 장엄한 폭설은 바라지 않고 눈이 조금 내려 눈길을 걸어볼 수 있다면 좋겠다.

(안대회·영남대 한문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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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자 북 섹션 D3안대회의 옛글 읽기야설’(野雪)이란 시의 작자가 김구 선생 또는 서산대사가 아니냐는 독자 문의가 있었습니다. 필자인 안대회 교수는 이 시를 애송한 김구 선생이 서산대사 작품이라고 했기 때문에 잘못 알려진 것 같다고 밝혀왔습니다. 안 교수는 임연당별집’(臨淵堂別集)과 장지연이 편찬한 대동시선’(大東詩選) 등에 이 시가 순조 때 활동한 시인 이양연(李亮淵·1771~1856)의 작품으로 나와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 시에서 穿雪’(천설)踏雪’(답설)의 잘못이 아니냐는 등, 두 글자가 틀렸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만, 안 교수는 위 문헌들에 穿雪로 수록돼있다고 밝혔습니다. 서산대사 문집인 청허집’(淸虛集)에는 이 시가 수록돼 있지 않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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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 ♣

踏雪野中去 답설야중거 不須胡亂行 불수호란행 今日我行蹟 금일아행적 遂作後人程 수작후인정 - 조선시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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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대회의 옛글 읽기] 눈길

안대회의 옛글 읽기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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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으로 읽는 한시] 야설(野雪)

가슴으로 읽는 한시 야설野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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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알려진 서​산대사의 시

아래 글은 내가 쓴 게 아니라 누군가의 칼럼인데, 오래전에 갈무리해놓고 잊어버리는 바람에 출전을 모르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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