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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번역서 > 동문선 > 속동문선 제6권 > 오언율시 >
하처 추심호(何處秋深好)
고기잡이 마을에 8ㆍ9 집 있다 / 漁村八九家
맑은 서리는 감나무 잎을 밝히고 / 淸霜明柿葉
푸른 물결은 갈대꽃에 출렁인다 / 綠水漾蘆花
구불구불한 대 울타리 그 밑에 / 曲曲竹蘺下
비뚤비뚤한 이끼 길이 멀어라 / 斜斜苔徑賒
서쪽 바람에 낚싯배 한 척 / 西風一釣艇
연기와 놀을 따라 돌아가더라 / 歸去逐煙霞
가을이 깊은 은사의 집이어라 / 秋深隱士家
새로 얻은 시는 낙엽에 적고 / 新詩題落葉
저녁 먹고는 울타리 꽃 모은다 / 夕飡掇籬花
나뭇잎 떨어지매 봉마다 여위었고 / 木脫千峯瘦
이끼 아롱진 한 갈래 길이 멀도다 / 苔斑一路賒
도서를 옥책상에 쌓아 두고는 / 道書堆玉案
성난 눈으로 아침 놀을 바라본다 / 瞋目對朝霞
가을이 깊은 장삿집 여관이어라 / 秋深商旅家
돌다리에는 달빛이 잠자는데 / 石橋留月色
단풍나무는 서리꽃에 물들었다 / 楓樹染霜花
외로운 여관에서 3년의 꿈이 / 孤館三年夢
떠나는 술자리에 10리가 멀다 / 離亭十里賒
관산은 그 어느 곳에 있는가 / 關山何處是
구름과 놀 넘어를 멀리 바라본다 / 遙望隔雲霞
김시습과 詩... 處... 제 2수....
처음 서예를 시작해서 3개월 만에 대상을 받았던 시와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어서
이 시를 마음에 두었었다. 겹치는 글자가 연속 있어서 공부시키기 좋은 문장이다.
그리고 늦가을이다.
우리 세대.. 아름다운 나이라고 누군가는 단풍을 그렇게 또 보아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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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글씨를 못쓸 것으로 생각되었다.
논문 5년...
체본조차 안써본 지 3년....
붓 대롱마다 2005년도 2006년도... 그것들이 가장 최근이다.
그나마 나머지는 1900년대로 거슬러들어가
현장 휘호 붓에 적합한 것을 찾아 시험하는 데에도 며칠이 걸렸다.
11월 18일부터 내년 3월 1일까지 디지털도서관도 휴관을 한다.
당분간 공부도 쉬어야 하면....
금강경을 시작하려다....
세필조차 획이 잡히지 않고
머릿속 따로 글씨 따로 헛글씨쓰다가 다른 곳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글씨는 이제 끝인 줄 알았다.
혼자 하는 공부의 가장 큰 약점은
한 호흡으로 완결 완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기적이고 규칙적인 공부가 되지 않으며 일정한 학습진도를 걸어 나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여초 김응현 선생님의
탑골공원 독립선언서를 교재로 써보고자
종로구청의 동의를 얻어 5회 정도 오가며 사다리타고 건탁 탁본을 하다가...
우연히 3.1운동 100주년 기념 습탁 준비 중인 친구들과
오래 못 뵌 관지 송신일선생님을 뵈었다.
선생님의 권유로 용기를 내어 마지막 1점을 완성하기로 한다.
옆에 약약이 있으니 고을향은 모자 없는 형태를 쓰자.
물수와 흐를류가 거의 획이 같으니 물수를 세워보자.
파책이 옆글자와 같은 자리에서 손잡지 않게 조심.
그러나 옆사람 때문에 절대!!! 기세가 위축되어서는 안된다.
모든 명제를 한국고전번역원DB로 검색을 해본다.
내 논문 어떤 중간지점부터 동양고전까지 업데이트하고 있어 중국의 시도 모두 검색이 되었다.
그래서 전문을 작품으로 하는 경우와 다르게 일부 발췌인 경우 일부분이라는 '中'을 추가했다.
역시~ 우리나라 시 원문은 거의 긴 시중 일부이다.
지금까지 간월광으로 알던 시이다. 망산월보다는 망명월이 더 가까운 본이라고 되어 있다.
이렇게 이본이 있는 것들은... 시험에 나오지 않는다....
다 내려가서 글자를 건너가더니 결국 도장찍힌 시험지도 건너간 글씨 때문에 쓰다 말았다.
팔이 후들거려 설사 쓴다해도 낙관을 완성해내지 못할 것같아 구잡스럽게 더달라하지 않았다.
오후 두번째 장은 그냥 남기려 했다.
배부른 글씨가 싫어서 점심을 먹지 않았더니 에너지 소모 현상이 나타난다.
오래 앉아 생각하다... 내게 온 기회를 버리는 모습을 보이고싶지 않아 사력을 다해 또 한 장을 쓰다가....
의, 시... 같은 파책, 의를 조금 소박한 형태의 그칠 지로 다시 써보기로 하자.
연습 중 오른쪽 야 글자 실수. 조심해야지.
왼 좌의 형태는 아래 유가 세모이니까 네모형태가 낫겠다.
피리 적자는 다시 찾았다. 그냥 평소 상식으로 쉽게 넘어가면 실수한다. 전혀 다른 글자가 피리적의 예서이다.
가로획이 많게 시작해서 머리부분의 들 야는 가로획이 적고 석문송 분위기를 내기 좋은 자체를 선택해보았다.
파책이 너무 많아 몇 개는 다른 자체를 썼다. 저녁석의 획이 너무 허전하고 가을추와 깊을심이 너무 가까이 연이어 나와서 유난스럽다고 생각이 들었던 저 유난스런 가을추를 나도 갖다 쓰게 되었다.
시를 지을 때도 마찬가지이고,
글씨에 드러나는 나의 지나치도록 신나는 흥취를 추스르고 거두거나 감추지만 보는 사람이 느끼게 해야 한다.
대나무 죽까지... 한 줄에 네 개나 있는 초두머리의 다섯가지 모든 결구를 장법과 결부시켜보려면 4의 4제곱에 다시 5 곱하기 방법으로도 부족할 듯 하지만... 해보아야 한다. 옆 글자와 관서도 고려해서....
예술은 순간예술??? 공부가 반드시 따라야 한다. 특히 서예는...
그래서 서예 작품은 내 공부의 찌꺼기이고, 돈 주고 작품을 사는 것이 아니고 보는 사람의 감흥이 일어 오랜 후에 그에 맞는 값을 충분히 다시 치르게 되어야 한다.
제의 획 하나로 허전한 공간을 깨보았다. 석문송에는 남길 유로 깬 글씨가 있어 얻은 것이다.
2000년도에 시작해서 2007년 서예과 대학원을 가면서...
25회 11점을 끝으로 끝나버린 초대작가를 오늘 12년만에 37회에서 넘치게 받았다.
입선 1점이면 통과가 되지만 내년에 이 즐거운 현장휘호를 또 하게 될 각오도 잊지 않았다.
우수상 5점에 특선 3점(동일인 작품이라서)... 도합 19점이다. 더블 초대작가가 되었다.
참여자가 뽑은 명제를 받아 현장에 엎드려 두 시간 내에 쓰고
두꺼운 종이로 낙관을 가린 채 일련번호로만 심사하여 최고의 자리까지 오른 대회라서
우수상은 감격스럽다. 실력을 인정받은 것 같다.
쓰다 설겆이하다 빨래하다 쓰다 쓰다 시장가다 저녁준비하다 밥먹고 졸다 새벽에 일어나 쓰다....
아버님께서 올라오시면 책상으로 쓰던 판 마저 걷어 장롱 옆구리에 세워 보이지 않게 밀어두고
받침대는 이리저리 옮겨 화분받침으로도 해놓고...
잘라오신 텃밭의 부추 한 상자와 버스승차하다 사신 고구마줄기 두 단을 새벽까지 다듬어
여러 날 글씨 장법을 바꾸듯 요리방법을 바꾸어 반찬을 해냈다.
전과 나물 장도 보고 닭을 사서 약수터도 따라 오르기도 하고 저녁설겆이까지 마치고 모두 잠든 뒤에 산 들 집 나물과 고기 생선 채소 전을 부쳐두었다. 제사음식 메뉴를 정해주신 조상님께 감사하다.
어떤 때는 명절과 연이은 어른 제사까지 참석하고 내려가신다고 추석 귀경표 한가할 때부터 대보름 무렵까지 밥을 할 때가 많았다. 글씨만 예술이랴 음식하는 것도 예술이다.
그렇게 며칠은 초등국어 깍두기 노트를 놓고 한자를 베끼거나 세필을 쓰거나 책을 읽는다.
인사동 볼 일이 있을 때는 함께 모시고 나가 이현사 사장님과 대화상대 붙여놓고 우거지국도 사드리곤 했다.
글씨쓴다고 서예행사라고 가정을 두고 가족 식사를 걸러가며 나가지 않았다.
야간강좌인 서예과 대학원을 택하지 않았고, 평생 꿈꾼 곳이지만 너무 먼곳을 끊어내고,
낮에 다닐만한 곳 저물기전에 돌아올수 있을 정도의 대학원을 멀리 다녔다.
틈새틈새를 스며드는 물처럼 그렇게 시간 조각을 모아 붓글씨를 쓴다.
그렇게 대산선생님이 주신 호 月泉을 충실히 해냈다고 생각한다.
오늘로 雅嵐의 삶을 살아도 된다는 나에게의 선물이다.
최고상들은 조정을 거칠 것이다.
전고가 없는 금문이 문제된 작품이 있고
문장 선별의 구색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1부와 2부의 휘호 명제가 달라서 골고루, 서체도 골고루
예전보다 전서 작품은 무척 많아졌지만 아까운 오탈자가 그만큼 많아서 올라오지 못했다.
금문...홀로 독의 벌레 충이 없어서 끝내 내려졌다. 1년을 또 기다려야할 작가...
심사위원들이 검색을 했다. 김시습의 하처추심호 세 수 중 둘째 수의 일부분이라고 낙관을 쓴 탓이다.
공모전에서 지나친 지식자랑을 위험하다. 시험답안지를 쓰는 마음으로 겸손해야 했다.
실은 전문을 관서로 모두 쓰려고 했던 것을 접고 저정도 쓴 것인데... 아주 위험했다.
그래서 내 자발적 심사로 최우수상이 아니어야 한다.
휘호대회 후 갈아 놓은 작품먹물이 아깝게도 남아서
올해 3.1운동 100주년 꼭 한 장 완성해놓으리라 다짐했던 독립선언서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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