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자방고전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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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법첩임서

미불 방원암기 - 석포 주계문

雅嵐 2017. 5. 26. 23:12

강감찬 축제때

방명록을 쓰시고 찾아오라 하셨다.

 

남현동서예교실 전시를 관람하시고는,

'서예는 이렇게 가르쳐야 하는데, 아주 잘 가르치는 곳'이라는

찬사를 넘치게 하셨다.

'국전,,, 그런거 안해요' 내 대답에 마음이 아프다 하셨다.

 

서예교실이 파행되고 인사못드린 분들께 커피를 싸들고 찾아뵙기로 했다.

그때 이력서를 하나 달라 하시며

또 한번 내 필체를 보시고는

'필적이 워낙 좋구먼!!!'의 찬사로 나를 들뜨게 하셨다.

 

선생님의 책을 한 권 주셨고

내 오래 묵은 붓을 손수 물에 씻어 강아지빗으로 고루 쓸어내리시며 깨끗하게 만들어주셨다.

화선지를 가로로 놓으시고는

내 그 큰 붓으로 편안하게 필을 내려쓰시던 느낌이 깊이 와 닿았다.

넓은 화선지에 큰 붓으로 내는 작고 가는 글씨

마치 개울물이 내려오다 돌을 타넘듯이

전절부분을 그렇게 쓰셨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모 방, 둥글 원

모난 것과 둥근 것에 대하여..

그래서 글씨도 모나고 둥글면서 모나지 않고 둥글지 않게 쓰는...

그렇게 방원암기.

 

 

 

天竺辯才法師以智者敎傳四十年學者如歸四方風靡於是晦者明窒者通大小之機無不遂者

인도에서 공부한 변재법사가 지혜로 가르치고 전한지 40년이 되었다. 배우는 사람이 사방으로 퍼져 의탁함에 따라 이제 어두운 사람이 밝아졌고 막힌 사람이 통하는 크고 작은 기미를 성취하지 않은 자가 없었다.

不居其功不宿於名乃辭其交游去其弟子而求於寂寞之濱得龍井之居以隱焉

법사는 그 공을 차지하지 않았고 이름에도 머무르지 않았다. 이에 교유를 사양하고 제자를 물리치며 적막한 물가(변두리)를 찾아 용정에 은거하여 살았다.

南山守一往見之過龍泓登鳳篁嶺引目周覽以索其居

남산수일이 가서 뵈려고 용홍을 지나 봉황령에 올라 눈을 당겨 두루 보아서 그가 사는 곳을 찾았다.

岌然群峰密圍氵曶                (검푸를 흘然而不蔽翳()四顧若失莫知其鄕

높은 봉우리들이 둘레에 빽빽하여 검푸르렀으나 덮어 가리지는 않았다. 그 곳을 알지 못해 잃어버릴까봐 사방을 마음에 새겼다.

逡巡下危磴行深林得之於煙雲彷彿之間

아래의 위태로운 돌비탈길을 뒷걸음으로 돌아내려와 깊은 숲을 가다가 연기구름 비슷한 사이그것을 얻었다.

遂造而揖之法師引予幷席而坐相視而笑徐曰子胡來

마침내 찾아 법사에 예를 갖추니 나를 이끌어 나란히 자리하고 앉아 서로 보고 웃으며 천천히 그대는 어찌 왔는고라고 물었다.

 

 

予曰願有觀焉

나는 볼 수 있기를 원합니다라고 대답했다.

法師曰子固觀矣而又將奚觀

법사는 그대는 진실로 보았다. 그런데 또한 장차 어찌 볼 것인가라고 물었다.

予笑曰然

내가 웃으면서 그렇습니다라고 대답했다.

法師命予入由照閣經寂室指其庵而言曰此吾之所以体息乎此也

법사가 나에게 들어가라 하고 햇살 비추는 누각으로부터 조요한 집을 거쳐 암자를 가리키며 말하길 이는 내가 여기에서 휴식하는 곳이라네라고 했다.

 

 

 

窺其制則圓蓋而方址予謁之曰夫釋子之寢或爲方丈或爲圓廬而是庵也胡爲而然哉

그 지은 것을 본 즉 둥근 덮개에 모난 터로 되어 있어 나는 대저 스님의 침소는 혹 한 길 되는 사각형이나 혹은 둥근 오두막인데 이 암자도 어찌 그렇게 만들었습니까라고 여쭈었다.

法師曰子旣得之矣雖然試爲子言之夫形而上者渾淪周遍非方非圓而能成爲方圓者也

법사는 그대는 이미 그것을 얻었다고 하였다. 비록 그러하나 시험삼아 그대를 위해 말하겠다. 대저 형이상이라는 것은 혼돈이 두루 미쳐 모나지 않고 둥글지 않으면서 모남과 둥긂이 되는 것이다.

形而下者或得於方或得于圓或兼斯二者而不能無悖者也

형이하라는 것은 혹 모남에서 얻고 혹 둥긂에서 얻으며 혹 이 두 가지를 겸하되 어그러진 것이 없을 수 없는 것이다.

大至於天地近止乎一身無不然故天得之則運而無積地得之則靜而無變是以天圓而地方

크게는 하늘과 땅에 이르고 가까이는 한 몸에 그치니 그렇지 아니함이 없다. 그러므로 하늘이 그것을 얻은 즉 운용함에 쌓임이 없고 땅이 그것을 얻으면 조용하여 변화가 없다. 그러므로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난 것이다.

 

 

人位乎天地之間則首足具二者之形矣

사람은 하늘과 땅 사이에 자리한 즉 머리와 발 두 가지의 형태를 갖추었다.

蓋宇宙雖大不離其內秋毫雖小待之成體

대개 우주는 비록 크더라도 그 안을 떠나지 않고 가는 터럭은 비록 작더라도 기다려 몸을 이룬다.

故凡有貌象聲色者無巨細無古今皆不能出於方圓之內也所以古先哲王因之也

그러므로 무릇 모양 형상 소리 색깔이 있는 것은 크고 작고가 없고 예나 지금이 없이 모두 모남과 둥근 안에서 나올 수 없다. 그런 까닭에 옛날 지혜가 있는 사람이나 선왕들도 이를 따랐다.

雖然此遊方之內者也至於吾佛亦如之

비록 그러하나 이는 모남의 안에서 노니는 것이다. 우리 불도에 이르러서도 이와 같다.

使吾黨祝勃爾圓其頂壞色以方其袍乃欲其煩惱盡而理體圓定慧修而德相顯也

우리들 무리로 하여금 그것을 깎아서 머리를 둥글게 하고 색깔을 무너뜨려서 그 핫옷을 모나게 하여 번뇌를 다하고자 하면서 이치와 몸을 둥글게 하여 선정과 지혜를 닦으면서 덕을 서로 나타낸다.

蓋溺於理而不達於事迷於事而不明於理者皆不可謂之沙門

대개 이치에 빠져 일에 도달하지 못하고 일에 미혹하여 사리에 밝지 않은 자는 모두 사문이라 이를 수 없다.

 

 

 

先王以制禮樂爲衣裳至於舟車器械宮室之爲皆則而象之

선왕은 예악을 제정함으로써 의상이 배 수레 기계 궁실에 이르게 되어 그것이 모두 법이 되고 그것을 형상하였다.

故儒者冠圓冠以知天時履句履以知地形

그러므로 유학자는 둥근 관을 쓰게 하여 하늘의 때를 알게 하고 구부러진 신을 신게 하여 땅의 형태를 알게 했다.

蓋蔽於天而不知人蔽於人而不知天者皆不可謂之眞儒矣

대개 하늘에 가려 사람을 알지 못하고 사람에 가려 하늘을 알지 못하는 자는 모두 진정한 유학자라 일컬을 수 없다.

唯能通天地人者眞儒矣唯能理事一如向無異觀者其眞沙門歟

오직 하늘 땅 사람에 통할 수 있어야 진정 유학자이다. 오직 이치와 일이 하나 같이 향하여 다르게 보는 자가 없을 수 있어야 진정 불도인 것이다.

意人之處乎覆載之內陶乎敎化之中具其形服其服用其器而於其居也特不然哉吾所以爲是庵也

사람의 덮고 싣는 안에 처함과 교화하는 가운데 도야하는 의의는 그 거하는 곳에서 그 형태를 갖추고 그 옷을 입고 그 기물을 사용하니 특히 그렇지 않겠는가! 이것이 내가 이 암자를 만든 바이다.

 

 

 

然則吾直以是爲籧廬爾

그러한 즉 내가 겨우 이로써 거처가 될 따름이다.

若夫以法性之圓事相之方而規矩一切則諸法同體而無自位萬物各得而不相知皆藏乎不深之度而游乎無端之紀則是庵也爲無相之庵而吾亦將以無所住而住焉

만약 무릇 법성의 둥근 것과 사상의 모난 것으로써 모두를 그림쇠와 곱자에 잰다면 모든 법이 같은 몸으로 스스로 자리가 없고 만물은 각각 얻었으면서 서로 알지 못하고 모두 깊지 않은 법도에 감추어졌으면서 실마리의 법도가 없이 노니니 곧 이 암자도 형상이 없는 암자이고 나 또한 장차 거주할 바 없는 것으로 여기에 거주한다.

當是時也子奚往而觀乎

이때를 맞아서 자네는 어찌 가서 보겠는가.

鳴呼理圓也語方也吾當忘言與之以無所觀而觀之

오호라 이치는 둥글고 말은 모나니 내가 마땅히 말을 잊고 이와 더불어 본 바가 없는 것으로써 그것을 보노라!

 

 

於是嗒然隱几

이에 멍하니 안석에 기대었다.

予出以法師之說授其門弟自使記焉

내가 나가 법사의 설법을 받아 그 문하의 제자들이 스스로 기록하게 하였다.

元豐癸亥四月九日慧日峰守一記

원풍 계해 49일 혜일봉 수일이 기록하다.

不二作此文成過予愛之因書鹿門居士米元章陶拯刊

불이가 이 글을 지은 것이 빼어남을 이루어 나는 그것을 좋아하니 녹문거사 미원장이 글씨를 썼으므로 도증이 펴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