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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괴담- 태풍이 온다기에

雅嵐 2022. 9. 6. 07:01

깔끔하고 맑은 포도쥬스에

씨없는 포도살이 말캉 들어 있지.

포도살이 탱글 살아있으면서 씨를 빼낸 기술이 신기했는지

처음 나왔을 때 할미잇몸 괴담이 돌았었다. 

할아버지들은 감각이 무뎌서 후릅 삼켜버린다고도 했다.

어느 와인 박물관 사진에서 포도씨 빼는 도구도 보았지만

그런 도구는 어디에서도 찾기 어려웠다.

작년 이 날도 재작년 이무렵도 나는 이것을 고민하며 이 일을 하고 있었다.

목화씨 빼는 도구와 같은 원리인 듯한데 포도과육은 미끄럽다.

 

태풍이 온다기에 몽땅 따기는 했는데...

다듬어 씻고 또 씻어 물기를 없애는 동안 

낱알부터 으깨어 담근 포도주는 벌써 폭발 중이다.

폭발을 완화할 방법을 생각하다가 긴 슬러시빨대를 꽂아두었다. 효과있다.

이들은 알 수가 없다.

같이 진행을 했는데 한 병은 술냄새가 나고 한 병은 식초냄새가 난다.

올해 맘이 약하게 가지치기를 했더니 너무 많다.

고되다.

부피를 줄이기 위해 시작한 봉봉포도잼이 

갑자기 밀려오는 대소사에 밀리고밀려 틈틈이 야근하는 수밖에 없다.

가내수공업...

 

일은 항상 한꺼번에 벌어지는 것 같다.

한밤중 연락받은 경희친구 엄마도 비오는 궂은 날 가셨다.

서예반 후배 보경이와 동행하며 아마 아버지도 이런날 가셨지. 그랬다.

하루낮은 또 그렇게 갔다.

여기 다 쓸 수 없는 하루 또 하루가 이어졌다.

 

온갖

감당하기 힘든 어려운 일들이

날마다날마다 한꺼번에 밀려온다.

곧 폭발이 끝나고 새 날이 열리려나보다.

 

코**코에 갈래? 10분을 남기고 받은 연락에

벽에 붙여놓은 바닥난 식료품 장 볼 목록을 정리도 못한 채 뚝뚝 뜯어갔다.

딱 1년만이다.

모두 빈 제자리를 찾아들어가 흔적도 없지만 길다란 그 구매목록이

마치 오래 굶다가 푸짐한 독상을 받아 앞으로 또 오래 굶을까 미리 폭식해두는 사람같아서

군색하고 창피하다. 거기서 못산 것들은 여전히 나를 기다린다.

꼭 거기가서 사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문앞까지 무거운 설탕 밀가루 세제 식용유...를

내려주는 것이 편리하고 구매해야하는 목록의 부담을 덜어준다.

그렇게 하루 낮은 또 갔다.

내 손을 기다리는

여름이불과 욕실 바닥의 얼룩들이 신경쓰인다.

 

발사믹식초 한 병 줄까? 포도쨈 하나 줄까?

이젠 그 말을 쉽게 못하겠다.

많이 시지도 않고 단맛이 난다고 아주 맛있다 하였었는데...

TV에서 이영자님은 백발사믹이라 하며 아주 귀하게 여겼었다.

 

난 잇몸에 이가 있으니 탱글에 상처날까 손끝의 감각에 의지하며 씨를 뺀다.

이것 역시 괴담이다.

내년까지는 꼭!!! 포도씨 빼는 도구를 마련하리라.

 

우습기도 하다.

겨우 포도나무 한 그루갖고...

고되고 고되다.

띵띵 부었던 발이 비바람을 무릅쓰며 노배기를 하고 걸은 둘레길 덕분에

순환이 되고 많이 출력되어 빠졌다. 걸음마다 바지와 양말에서 빗물이 흥건히 끌고 간다.

 

'Z의 스마트폰'

구매신청하고 읽다가 연장하고 또 날짜지나 반납했다.

이 와중에 고구마줄기도 깠더니 손끝과 손톱이 새까맣다. 포도를 만지니 더욱 까맣다.

 

나도 곽노봉샘처럼

하나는 가로 하나는 세로 모니터를 두개 열어두고 검색하며 한글파일을 작성하고 싶었다.

내놓은 모니터 하나를 그렇게 보관했다가 면박을 받고 그래도 안버리고 지하실에 숨겨두었는데 그 모니터가 큰 몫을 했다고 아이가 그랬다.

"집이 난장판이야" 미안한 표정을 건네는 내게

아이가 그랬다. "포도판인데?" ...

마음이 놓인다.

 

*네이버 국어사전

군색하다 하다 1.형용사 필요한 것이 없거나 모자라서 딱하고 옹색하다.2.형용사 자연스럽거나 떳떳하지 못하고 거북하다.

궁색하다 하다 1.형용사 아주 가난하다.2.형용사 말이나 태도, 행동의 이유나 근거 따위가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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