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녀
아버지의 "우리 차녀~"하시는 음성이 그리울 즈음
대문 안으로 택배가 왔다.
박스를 여는 순간 가지런한 이 모습에 눈물이 피~잉 돈다.
파를 자르니 속이 솜처럼 꽉 들어찬 파다.
더덕은 받자마자 까고 두들기고 양념을 얹어 저장해두었다.
간이 배면 냉동해두고 조금씩 꺼내 겨우내 더덕구이를 할 수 있다.
많이 불편하신 몸으로 단도리했을 모습이 그려진다.
내가 차녀가 된 것 같다.
엄마가
내가 기른 파를 보고
"얘 파가 꼭 너같구나. " 그러셨는데
내가 기른 파와는 또 차원이 다른 파인가보다.
그저 파가 매운지 눈물이 피~잉 돈다.
김장 축제를 못해서
끙끙 부러워만 할 즈음
대문 앞에 배추 세 통이 놓여졌다.
빨리 나으라고 도라지청과 버무린 김치 한 쪽.
언젠가 대문 문고리에 두부조림 한 통을 걸어두었던 언니다.
내가 바로 아래 동생이고 둘째라서
난 늘 샘이나고, 챙기는데 뒤로 밀려나서 약오르던 중에 끙끙 병이 더 났다.
서열로 보면 나도 동생들을 챙기는데 일조를 해야 하지만
난 늘 손 큰 언니에게서 밀려난 내 몫의 사랑이 샘이 난다.
인터넷으로 알아봐서
소금1 물9 비율로 12시간 두어서 김장 한 통을 쉽게 했다.
이렇게 생긴 걸 너무 먹고싶었다.
이 즈음에는 김장축제를 하고 고무장갑으로 서로 돌돌 말아 먹여주며
그 그림이 너무 그리웠던게다.
밤새 마당 목욕 다라이에 절여둔 배추 위로 소복이 내려앉던 소나무잎이 너무 그립다.
오상고절도 삶아놓은 것처럼 되었을 때
그것을 내다보고 있는 대문아래
못보던 것이 눈에 들어왔다.
누굴까
포장과 밀어둔 상태로 보아 어림짐작을 하고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집에 종일 있기 답답해서...
경동시장 앞다리살을 사려니 30명 넘게 줄을 서서 탕만 한 그릇 드시고 사오셨단다.
이런 일이...
엄마의 손길은 말하지 않아도 느껴진다.
이번엔
승용차가 한 대 당도했다.
난 개띠여!!
80이신 막내이모가 내가 그쪽 강원도 양구 시동생에 주문한 사과를 직접 받아오셨다.
덤으로 차 오는 김에... 네가 엄마 해서 갖다드리라면서
달걀 무 호박 감...
조금씩 만들고 깎아 드실만큼만 띠엄띠엄 갖다드리라고...
"난 우리 조카가 자랑스러워!" 내게 맨날 그러신다.
감자를 찌고 달걀을 삶고 양파를 절여 버무려 엄마 한 통 갖다드렸다.
우리식구들도, 엄마도 좋아하시는 감자샐러드다.
사과도 두 개만 깎아 통에 담고 검은콩도 견과류와 함께 졸여 갖다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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