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삼재 - 동경 유학생 홍명희 최남선 이광수의 삶과 선택
류시현, 산처럼, 2002, 235면에서.

눈물 섞인 노래
홍 명 희
독립만세!/ 독립만세!/ 천둥인 듯/ 산천이 다 울린다
지동인 듯/ 땅덩이가 흔들린다/ 이것이 꿈인가?/ 생시라도 꿈만 같다
아이도 뛰며 만세/ 어른도 뛰며 만세
개 짖는 소리 닭 우는 소리까지/ 만세 만세
산천도 빛이 나고/ 초목도 빛이 나고
해까지도 새 빛이 난 듯/ 유난히 명랑하다
이러한 큰 경사/ 생 외에 처음이라
마음 속속들이/ 기쁨이 가득한데
눈에서는/ 눈물이 쏟아진다
억제하려 하니/ 더욱더욱 쏟아진다
천대 학대 속에/ 마음과 몸이 함께 늙어
조만한 슬픈 일엔/ 한 방울 안 나오도록
눈물이 말랐더니/ 눈물에 보가 있어
오랫동안/ 막혔다가/ 갑자기 터졌는가?
우리들 적의 손에 잡혀갈 때/ 깨끗한 몸 더럽히지 않으시려
멀리멀리 가신 님이/ 이젠 다시 오시려나
어느 곳에 가 계실지/ 이날을 아시는지
소식이나 통할 길이 있으면/ 이다지 애닯으랴
어제까지 두 손목에/ 매여 있던 쇠사슬이
가뭇없이 없어졌다/ 요술인 듯 신기하다
오래 묶여 야윈 손목/ 가볍게 높이 치어들고
우리님 하늘 우에 계시거든/ 쇠사슬 없어진 것 굽어보소서
님에 받은 귀한 피가/ 핏줄 속에 흐르므로
이 피를 더럽힐까/ 남에 없이 조심되고
님에 없이 근심되어/ 염통 한 조각이나마
적에게 빼앗기지 않으려고/ 구구히 애를 썻사외다
국민 의무 다하라고/ 분부하신 님의 말씀
해와 같고 달과 같이/ 내 앞길을 비춰준다
아름다운 님의 이름/ 더 거룩히는 못 할지라도
님을 찾아가 보입는 날/ 꾸중이나 듣지 않고저
'우리 > 좋아하는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계문학전집 - 열치매 여학생 모임 (0) | 2024.01.26 |
---|---|
김수영 - 떨어진 눈은 살아있다 (0) | 2024.01.18 |
해야 솟아라 어드움을 살라먹고 - 열치매 모임 (0) | 2023.11.03 |
돐을 앞둔 아가 책 선물 (0) | 2023.10.06 |
동화책 그림책 (0) | 2023.10.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