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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섞인 노래 - 홍명희 해방기념시집

雅嵐 2023. 12. 14. 01:16

동경삼재 - 동경 유학생 홍명희 최남선 이광수의 삶과 선택

류시현, 산처럼, 2002, 235면에서.

 

 

 

눈물 섞인 노래

                                       홍   명   희

독립만세!/ 독립만세!/ 천둥인 듯/ 산천이 다 울린다

지동인 듯/ 땅덩이가 흔들린다/ 이것이 꿈인가?/ 생시라도 꿈만 같다

 

아이도 뛰며 만세/ 어른도 뛰며 만세

개 짖는 소리 닭 우는 소리까지/ 만세 만세

산천도 빛이 나고/ 초목도 빛이 나고

해까지도 새 빛이 난 듯/ 유난히 명랑하다

 

이러한 큰 경사/ 생 외에 처음이라

마음 속속들이/ 기쁨이 가득한데

눈에서는/ 눈물이 쏟아진다

억제하려 하니/ 더욱더욱 쏟아진다

 

천대 학대 속에/ 마음과 몸이 함께 늙어

조만한 슬픈 일엔/ 한 방울 안 나오도록

눈물이 말랐더니/ 눈물에 보가 있어

오랫동안/ 막혔다가/ 갑자기 터졌는가?

 

우리들 적의 손에 잡혀갈 때/ 깨끗한 몸 더럽히지 않으시려

멀리멀리 가신 님이/ 이젠 다시 오시려나

어느 곳에 가 계실지/ 이날을 아시는지

소식이나 통할 길이 있으면/ 이다지 애닯으랴

 

어제까지 두 손목에/ 매여 있던 쇠사슬이

가뭇없이 없어졌다/ 요술인 듯 신기하다

오래 묶여 야윈 손목/ 가볍게 높이 치어들고

우리님 하늘 우에 계시거든/ 쇠사슬 없어진 것 굽어보소서

 

님에 받은 귀한 피가/ 핏줄 속에 흐르므로

이 피를 더럽힐까/ 남에 없이 조심되고

님에 없이 근심되어/ 염통 한 조각이나마

적에게 빼앗기지 않으려고/ 구구히 애를 썻사외다

 

국민 의무 다하라고/ 분부하신 님의 말씀

해와 같고 달과 같이/ 내 앞길을 비춰준다

아름다운 님의 이름/ 더 거룩히는 못 할지라도

님을 찾아가 보입는 날/ 꾸중이나 듣지 않고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