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부신 가을이다.
6개의 횡단보도
갈 수 있는 길은 많기도 하다.
꼼짝없이 점심을 두 번 먹었다.
11시 무렵 대공원둘레길에서 김밥 하나를 먹은 뒤이고
오후 2시 도로 한복판에서 무엇을 먹을까 홀로 식사나오신 의재 ㅊ 선생님과 딱! 마주쳤으니 우거지갈비탕을 먹어도 괜찮다. 흔쾌히 사주셨다. 더 좋은거 먹지 왜... 그러셨다.
미원 ㅇ 선생님은 올해 99세라 하시고 2년 전부터 조금 달라지셨다고 하셨다.
나는 궁금해하시는 ㅈ 선생님 연락처와 82년도 MT사진을 건네드렸다. 그때는 선생님도 40대 초반... 90대 중반의 ㅈ샘과는 위로 띠동갑이라신다. 목소리가 아직도 쩌렁쩌렁하시다고 말씀드렸다.
무엇보다, 내 책을 하루 만에 읽으시며 가끔 복잡한 한자는 돋보기를 동원하셨다고 하셨다.
'커피는 무엇으로 마시는가'에서 ㅈ 선생님께서 기말고사를 면접으로 보았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호랑이는 다들 호랭이라는데 왜 호랑이로 적는가. 얽히고설키다는 앞에는 왜 밝혀적고 뒤에는 발음대로 적는가. 눈곱인가 눈꼽인가... 근거를 대야 했었다고 했다.
나는 ㅈ 선생님께서 50분 고사시간에 50문항의 단순서술답 문제를 내셔서 숨을 참고 써내려간 기억이 있다. 최초라고 칭찬하셨었다. 두개 틀리고 하나 세모 받았었다.
.
그래도 오늘 2만보를 넘게 걸었으니
아주 작은 위안으로 삼는다.
여기는 왜?
그냥 나온김에 놀러 나왔어요.
재료를 자주 사러 나와야겠네.
아니요. 집에 있는 것을 하나하나 모두 쓰고 써서 이제 정리하고 버리는 준비 하고 있어요.
80 중반이신 샘께 그런 소리를 지껄여댔다.
난 참 용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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