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에 불과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반드시 국가기관에 저작권 등록을 하는 것이다.
새로운 논문을 제출할 적마다 '접수거부'나 '게재불가'를 당하더라도, 접수담당과 책임자 몇 분, 편집위원회 약 열 분과 심사위원 세 분을 거친 파일이 그분들과 제자들을 거쳐 어떻게 파급될 지는 알 수 없는 일이고
명망이 있는 그분들이 한 마디만 논리적으로 쓰시면 주부의 열마디 (그분들말로) 근거없다고 하는 그 논문은 너무 쉽게 빼앗길 것 같았다.(근거가 없다는 것은 그분들이 근거가 되는 그 고전을 알지 못하고 공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논문 실적이 있어야 현직을 유지하는 그분들의 지위나 지원금이 걸려 있는 논문이 우선시됨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580년 과제? 사명감? 그게 뭐?
열심히 저작권 등록을 한 덕분에 초청을 받았다.
새로 지은 높은 건물에서 서울역과 북악산... 갈월동... 한 눈에 조망한다.
친구가 법문을 듣다가 화면의 자경문을 보내주었다.
송리지갈 직용천심 모중지목 미면삼척
소나무 사이에서 자라는 칡넝쿨은 천 길을 바르게 솟을 수 있고
아무리 나무라도 덤불에 휘감기면 석 자를 면치 못한다는 것이다.
친구를 잘 사귀라는 것인데
이렇게 딱 가르는 문장은 그다지 선호하지 않고 더구나 친구를 분류해야 하다니...
그리고 내가 을목의 덤불이냐 갑목의 소나무이냐에 따라 이 글귀는 상대적이 된다.
칡넝쿨은 소나무를 타고 오를 수도 있지만 다른 어린 나무들이 자라기 전에 덤불이 되어 뒤덮을 수도 있다. 내가 오르겠다고 친구를 소나무 삼으면 오히려 덤불로 그친구의 성장을 방해할 수도 있다.
그러니까 갑목이 되는 좋은 친구는 지침이 되는 경전이나 책이나 기관으로 해석하는 것이 나를 천 길까지 키울 수 있고 바르고 흔들리지 않는 곧음으로 이끌어줄 수 있으며 하늘을 볼 수 있게 해준다.
저작권을 소나무 삼아
그 숲에서 乙木처럼 칭칭감아 바르게 천 길을 치솟고자 하여
논문 투고를 앞두고 이 글귀를 써보았다.
자방고전은
세종이 무슨 모양에 착안하시어 한글 모양을 창제하셨는지 580년이 되도록 찾지 못하고 있는 미해결 과제이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의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고 이용하는 방법을 알고자 육법사에서 나온 저작권법을 먼저 읽어보고 논문 작성에 착수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그 책에서 자방고전에 접근할 수 있는 가장 큰 단초를 얻었다.
"사전은 강희자전 이래로 내용의 변화를 추구할 수 없으므로 창의성이 배제된다. 따라서 저작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례이다. 저작권에 극도로 배치되는 이 뜻은 자전의 역사성과 신뢰성이 최고라는 것이므로 변화와 창의성이 배제되는 자전을 연구하면서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세종 이전으로 가본다면 미제를 풀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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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죽의 용도를 찾았다.
붓은 적셨어도 쓸 시간이 부족하여 저리 덮어두다 쓰다 밥하다 쓰다 하니
잘 마르지도 않고 수시로 세척하여 아까운 먹물을 낭비할 일도 훨씬 줄어들었다.
무엇보다 위에 실수로 무언가 덮이거나 스쳐도 먹물 묻을 일이 없다. 그릇마다 밑바닥이 시커멀 일도....
살생을 했다.
수도자가검침을 하면서 계량기에 바퀴약을 뿌렸더니 그걸 피한 것인지 따뜻해진 집으로 들어왔다. 다행히 종이상자에 담겨져 변기물과 잘 떠났다. 죽이지 않았다.
모기는 용케도 눕기만 하면 앵앵거려 벌떡 일어나 글씨쓰게 한다. 내 피를 먹은 애들은 무거워 멀리 못가서 살생을 하게 되었지만 그 중 한 마리는 며칠째 내 애완모기가 되어 나를 따라다닌다. 컴퓨터옆에도 오고 어두운 발밑에서 놀아달라고 맴돌기도 하며 글씨쓸때는 내 머리맡에서 내 글씨를 앵앵거리고 부엌에도 오고... 가는대로 따라다닌다.
아무래도 나를 너무 좋아하는 것 같다.
운현궁의 가을이 궁금했었다.
목가구 전시가 있는데 부친이 무형문화재시란다.
나무서랍의 섬세한 미끄러짐... 저 각을 어찌 만들었을까.
古브제 전 - 소중한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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