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당역
닭칼국수와 만두가 맛있다길래 갔는데
까르륵까르륵 여학생들 무리의 소리가 꽤 크다.
오랜만에 듣는 소리라서 더 가까이 자리잡았다.
"친구의 남동생과 내 남동생의 친구!!!"
선택하는 일이다.
질문은 계속 이어진다.
선택을 해야만 하고 설명 안되고 중간도 없다.
답이 나올적마다
식탁을 두드리고 의자밑으로 넘어졌다 일어나며 깔깔댄다.
언젠가 두뇌는 선택으로 결정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90 어른이 혼자 50년 사신 집에 살아야 할까.
이나이에 자녀들 근처로 이사해야 할까.
한 시간도 되기전에 선택이 자꾸 뒤집히고 뒤집힌다.
멀어도 찾아뵈는 자녀가 있고, 가까와도 자주 못찾는 자녀도 있다.
50년을 살아서
장보는 일이나
병원가는 일이나(50년 함께 늙어가며 마음을 알아주는 의사가 있다)
조금만 걸어나가면 그 시간에 어느 공원에 어떤 사람들이 모이는지,
전철과 기차와 버스를
어떻게 갈아타고 이모를 만나는지, 친구를 만나는지
밤에 불을 켜지 않아도
어느곳을 더듬어 짚고 화장실을 갈 수 있는지 물을 먹을 수 있는지
가끔 떼로 모여 국수를 끓여먹고
닭 몇마리 사들고가 모두가 혼자인 할머니들이 까르륵까르륵...
가끔은 패를 뽑는데 너무 오래걸려 답답한 10원짜리 고스돕도 어울려가며
그래서 남편얘기 자녀얘기 나눌 일이 자연스럽게 차단되는 모임.
감각이 이젠 둔해져 깍두기가 쓰다고 설탕을 퍼넣고 사과를 넣어 들치근해도
이렇게 맛난 깍두기 처음이라며 서로 퍼먹고 레시피를 알려달라는
동네 할미 친구들
만원 넣어두고 날마다 잊어서 못가는 요가가는 날
서로 벨을 눌러 열나절 걸어가 앉아 서로 반기는 일 뿐인 요가라도 함께 하고.
내 손으로 한 반찬이 너무 맛나서 엄마 생각이 나서
식기전에 손에 들고 슬리퍼 끌고가도 되는 곳.
차에 태워 편하게 다니실 곳을 가끔 동반할 수 있는 일
한 시간 버스타지 않아도 궁금하면 뛰어갈 수 있는 곳
집에 두 손 모으고 고상하게 앉아
TV를 응시하는지 허공을 응시하는지 이제 눈마주치는 일도 드문...
세 끼 맛난 밥을 드린다고
내 만족인지 엄마의 만족인지...
이 즈음에 있어야할 공간이 없고
여기쯤 있어야할 물건이 없고
내가 눈이 나빠지도록 써서 꼬질꼬질해진 물건들이
모두 새것 최신것으로 깔끔하게 곁에 있다.
내가 가면서 함께 데려가고 없어져야 할 물건들이
새로이 자리잡아 짐이 만들어진다.
엄마의 꼬질한 물건 엄마가 만지던 벽과 기둥 들은
모두 엄마의 '윌슨'이다.
엄마의
삶의 질에 대하여 생각한다.
대문을 나서면 안부를 묻는 오랜 동네사람들과
베란다 어떤 꽃이 오늘 피었는지 엄마에게 예쁘다고 이야기한다.
너~무 상냥해서 뭐라도 안살 수 없는 야쿠르트 아줌마, 두부종 아저씨...
날마다 밤마다 혼자 아프고,
날마다 냉장고는 김치와 장아찌 뿐이라도.
남은
양질의 삶이란
이것일까 저것일까.
얌전히 모셔두고 내살림처럼 뒤적이고 음식만 공급하는 것과
사육과 다른 점은 무언가.
일이 벌어지는 날은
단 하루이고 단 한 번이고
생각은 만 번도 넘게 선택하고 뒤집는다.
엄마의 걸음으로 동네를 걸어본다.
차도와 구별되는 인도가 없다.
흔들리는 걸음에 차에 고의적인 것처럼 부딪는다.
도로 바닥은 높이가 다르게 고도가 오르락 내리락
그러고 보니 평지가 없다.
멍하니 걷다보면 딛는 감각대로 걷다보면
헛디디어 넘어지기 쉽다.
이제 넘어지면 양질의 삶은 그게 끝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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