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자방고전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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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래불사춘'보다는 '진일심춘' - 봄은 내 안에~

雅嵐 2023. 4. 4. 09:33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 당나라 동방규(東方虯)의 〈소군원(昭君怨)〉이라는 오언절구 중 제1, 2구에 “오랑캐 땅에는 화초가 없어서,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네.〔胡地無花草 春來不似春〕”라는 명구가 나온다. 《全唐詩 卷100》

 

한번 부상의 나그네 되어 두 번 봄 맞으니 / 一客扶桑春再新
모든 숲에 봄 마음이 진정 넘쳐 흐른다 / 千林春意正津津
고향의 봄 경치 관리하는 사람 없으니 / 故園春色無人管
바로 봄은 와도 봄 같지 않으리 / 直到春來不似春

- 정희득(鄭希得) 해상록(海上錄) 2/  칠언율시(七言律詩) / 회포를 적어 각각 한 수씩 차운(次韻)하여 뒷날 잊지 않도록 하다 2수 중 부분

 

원류는 형이하학적이었다.

지금은 겨울에서 봄으로의 풍경 변화에 마음이 미처 따르지 못하고

오히려 밖의 밝은 풍경에 마음은 도리어 생각이 많아지고 소외감을 느껴 봄맞이 꽃맞이 조차 거부감까지 이르게 되는 형이상학적인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표현된다.

 

아래 글을 보다가

 

눈이 매우 아름답게 쌓인 날 아침, 용건이 있어서 어느 분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눈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더니, “오늘 아침의 이 아름다운 눈을 어찌 생각하느냐는, 한마디 말도 쓰지 않는 그러한 비뚤어진 분이 부탁하시는 일을 어찌 들어드릴 수가 있겠습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섭섭하고 딱하신 마음씨이십니다라고 답장에 씌어 있었던 것은 매우 즐겁고 멋있는 일이었다.

[출처] 50 자료<11>도연초31단 요시다 겐코|작성자 fusedtree

https://blog.naver.com/fusedtree/223062828906

 

봄꽃조차 보려 들지 않는 것은 

비뚤어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둘레길언니의 형제모임 사전답사 남산벚꽃길을 수락했다.

 

고행이었다.

커피는 너무 비쌌고 길은 나같은 사람들과 외국인들로 꽉 메워졌고

음식점은 평일 1시가 훨씬 넘었음에도 집집마다 긴 대기줄이 서 있었다.

지도만 보고 '가지 않은 길' 다른 길을 선택했더니

계단으로만 올라 남산타워를 가고 계단으로만 목멱산호랭이 집으로 도착했다.

예전 목멱산방은 숭의대 앞으로 자리잡았고 이름이 바뀌어 있었다. 

둘다 어마어마하게 대기줄이 길고 아래 옛이름집도 마찬가지.

배고프고 지치고... 내려오다 한적해보이는 백반집에 드니 

사람은 모두 빠져나가 한가한 듯하지만 빈 쟁반과 반찬그릇들이 켜켜이 식탁위를 점령해서

옆으로 밀고 오래 기다려 겨우 밥이 코로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우리 뒤로도 손님들은 계속 닥치는데...

몇 번을 여쭤보았다. "설겆이 해드려도 될까요?" 괜찮단다. 내 반찬이 안나오는데...

우리집 남은 밥 남은 반찬들이 큰 호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낮기온 27도 햇볕은 덥고 더웠다.

 

여학생모임에서

여기 국립극장 정오음악회를 가고 목멱산방 비빔밥을 먹고 그앞에서 사진찍고

돌발로 KTX를 타고 부산시티투어로 유람선을 타서 태종대와 오륙도도 보고

수산시장과 국제시장을 가고 당일 각자 집으로 저녁하러 흩어지던

그 순간 누릴 수 있는 것들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진종일 찾아봐도 봄이 보이지 않아서, 농산의 구름 속을 두루 밟고 다녔어라.

돌아와서 웃으며 매화 향기 맡아보니, 가지 위에 봄이 이미 무르익었네

[盡日尋春不見春 芒鞋踏遍隴頭雲 歸來笑撚梅花嗅 春在枝頭已十分]’
                                                                      --고승(古僧) 오도(悟道)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