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자방고전 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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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雅嵐 2023. 6. 21. 17:01

서정주의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중학교때 시를 써서 서정주 시집을 상으로 받았고

중학교때 한문을 가르치시던 선생님은 이 시를 외어 읊어주셨었다.

섭섭~~~하게...

땅이 꺼지듯 한숨쉬듯 숨이 땅속으로 꺾여 딸려가듯 읊어주시던 모습.

 

나는 왜 근데 지금까지

"어디 내 생애에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로 읊고 있었을까.

오늘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라는 것을 알아버려

너무 슬프다.

 

과제처럼

연락을 했다.

비오는데 괜찮아요?

먼데 괜찮아요?

두 곳의 접점을 찾는다.

 

볼 때마다 

마치 재처럼 풀썩 사그러질 것 같아

보기를 외면했었다.

 

5년 이상 못본 것 같다.

 

한 분씩

보고싶다. 과제처럼...

 

아이 어렸을 때 피부가 예민해서

이분의 아이옷을 보따리로 받아 입혔었다.

계절마다 먼 거리 아이를 업거나 손을 잡거나 하고 아이용품을 단출하게 챙기고 나서도 올때면 짐과 잠든 아이와 땀이 뻘뻘나도 그렇게 자주 보던 언니다.

 

언니의 시댁은 군수집안이었다고 했다.

깔끔하고 바른 시어머니께서 나를 반기며 손수 담근 된장까지 챙겨주셨고

그 어머니의 손길을 거친 아이옷은 자주 삶아 낡아도 보들보들해서 아이피부를 거스르지 않아 좋았고

피부에 해가 되지 않는 천으로 아이가 즐겨입던 것들로만 남겨진 것이었다.

 

그때당시 큰 아가브랜드 상품을 셔츠와 반바지 각각 3만여원 4만여원 주고 산 적이 있다. 형광빛 연두색이었다.

예쁜 아이를 맨날 헌옷만 입힌다는 주변인들의 핀잔 덕분에 입히긴 했는데 

색은 바래지 않아 예뻤지만 피부를 해쳐 아주 여러번 빨래를 거쳐 입히려니 아이가 커버렸었다.

 

참 고마운 분이다.

언니의 시어머니께 마지막 인사를 못드려 죄송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