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자방고전 풀이

책만 보는 주부

서예/늦깎이 공부

세한도 우선시상 발문

雅嵐 2023. 4. 13. 16:47

내 책을 보더니

이 글을 썼으면 좋겠다고 했다.

부채로 많이 쓴 글귀로 되물었더니 289자인 발문 전문을 갖고 싶다고 한단다.

좋은 글을 쓸 기회를 받아 써볼 수 있어 감사하다.

자료를 모아 글귀를 점검하고

학교다닐 당시 전세버스로 단체 이동해서 진품명품 김영복 선생님의 해설과 함께 후지츠카 기증전을 관람했던 과천 추사박물관을 찾아보았다.

 

서예총무님의 배려로

황사가 극심한 날 교통이 애매한 그곳을 편리하게 다녀왔다.

 

우선 이상적은

추사 집에 들러 추사에게 보낼 밑반찬 항아리와 

그간 중국에서 사 모아둔 책보따리를 안고 파도 심한 바다 한 달 걸리기도 하는 배를 타고

스승 추사의 제주도 유배지를 찾았다고 했다.

 

발문에 나오는, 이상적이 싸들고간 우경문편과 대운이다.

 

歲寒圖 跋文

藕船是賞(우선 이상적에게)

去年以晩學大雲二書寄來, 今年又以藕耕文編寄來. 此皆非世之常有, 購之千萬里之遠, 積有年而得之, 非一時之事也.

지난해에는 桂馥(계복)晩學集, 惲敬(운경)大雲山房文藁두 책을 보내주고, 금년에 또 藕耕(우경)皇朝經世文編을 부쳐주었다. 이는 모두 세상에 일상으로 있는 일이 아니다. 천만리 먼 곳에서 그것을 산 것이니, 한 때에 얻은 것이 아닌 여러 해에 걸친 일이다.

 

且世之滔滔惟權利之, 是趨爲之費心費力 如此而不以歸之權利, 乃歸之海外蕉萃枯稿之人, 如世之趨權利者. 太史公云, 以權利合者, 權利盡而交疎. 君亦世之滔滔中一人, 其有超然自拔於滔滔, 權利之外不以權利視我耶, 太史公之言非耶.

또한 세상은 그 권력과 실리가 도도하거늘 이를 좇아 마음과 힘을 쓴 그것이  권리에 붙좇게 하지 않고, 여기 바다 밖 초췌하고 고고한 사람에 붙좇음이 세상의 권리를 따르듯이 한다. 태사공(司馬遷) 권력과 실리에 연합하는 자들은 권리가 다하면 교류가 뜸해진다.”고 하였다. 그대 또한 세상의 도도함 가운데 있는 한 사람인데, 그 초연함이 있음은 도도함에서 절로 빼어나니, 권리 밖이 아닌 권리로 나를 보는가? 태사공의 말씀이 잘못된 것인가?

*붙좇다 : 존경하거나 섬겨 따름.

 

孔子曰, 歲寒然後知松栢之後凋, 松栢是毋四時而不凋者. 歲寒以前一松栢也, 歲寒以後一松栢也. 聖人特稱之於歲寒之後. 今君之於我, 由前而無加焉, 由後而無損焉. 然由前之君無可稱, 由後之君亦可見稱於聖人也耶. 聖人之特稱, 非徒爲後凋之貞操勁節而已. 亦有所感發於歲寒之時者也.

공자는 날씨가 추워진 연후에 松栢이 늦게 시듦을 알게 된다.”고 하였다. 송백은 사계절을 지내도 시들지 않는 것이다. 날이 추워지기 전에도 한결같은 소나무와 잣나무요 추워진 이후에도 한결같은 소나무와 잣나무이다. 성인이 세한 이후의 송백을 특별하게 이르셨다. 이제 그대가 나를 대하는 것은 그 전에 더한 것도 없고 그 후에 덜한 것도 없다. 그러나 그 전의 그대는 칭찬을 더할 것이 없지만 그 후의 그대는 또한 성인께서 칭찬할 수 있지 않겠는가? 성인이 그것을 특별하게 이른 것은 뒤늦게 시드는 곧은 지조와 굳은 절개만은 아니다. 다만 세한의 시기를 맞아 우러나는 느낌이 있었던 것이다.

烏乎! 西京淳厚之世, 以汲鄭之賢賓客與之, 盛衰如下邽榜門迫切之極矣, 悲夫! 阮堂老人書

아아! 서경(前漢의 수도 長安)의 순박하고 인정이 두터웠던 시절에도 忠諫(충간) 汲黯(급암)과 충신 鄭當時와 같이 어질던 사람조차 빈객은 下邽(하규, 陜西省) 관리 翟公(적공)이 대문에 써 붙였다는 榜文과 같이 박절함의 극치고, 그와 함께 흥성했다가 쇠퇴하곤 하였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완당 노인 씀.

 

*하규의 적공이 대문에 써 붙였다는 글 史記· 汲鄭列傳(급암과 정당시의 열전)

一死一生乃知交情 한 번 죽고 한 번 삶에 사귐의 정을 알고

一貧一富乃知交態 한 번 가난하고 한 번 부함에 사귐의 태도를 알며

一貴一賤交情乃見 한 번 귀하고 한 번 천함에 곧 사귐의 정이 나타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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