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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봐왔다.- 남성 사계시장, 1인출판 명세표

雅嵐 2023. 10. 31. 17:37

과일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서

안정이 될 때까지 조금 기다리다가 오늘 재래시장으로 나갔다.

운동삼아 걸어갈만한 거리지만 환승을 겨냥해 버스를 탔다.

팩스와 우체국과 편의점 택배 오가니 버스가 타고 싶었다.

 

시장 입구부터 가격을 읽고 기억하며 들어간다.

배 한 개 6천원 사과 3개 만원 깻잎 세 묶음 천원 단감 한 개 천원...

어제 롯데에서 토마토 6개 묶어놓고 16,800원이었었다.

 

이 시장은 언제 와봐도 불경기가 없는 듯하다.

시장 상인회에서 노란 조끼를 입고 자주 순회하며 물건을 기준선 밖으로 내놓지 못하게 하고

판노트를 들고 다니며 상인들에게 일일이 불편한 점이나 건의사항을 들어 적고 있다.

상인 최고!!! 사람들은 북적북적. 물건에만 눈이 팔리면 손수레가 발에 치이니 조심해야 한다.

 

시장의 중심거리에서 옆으로 난 가짓길을 들어가 본다.

앞에서 본 가격과 비슷하다.

끝까지 걸어가 보았다.

사과 3개 5천원 배 2개 5천원 단감 2개 천원 토마토 10개 만원 파프리카 2개 한 봉 3천원....

그 집 안으로 들어가 세 바구니를 담아 계산했다.

 

고기도 샀다.

육전꺼리와 만두꺼리, 목살 34,860

꽁치 동태살 20,000

 

사과 6개 10,000 (약간 흠이 있는 사과이다.)

배 2개 5,000 (올배는 싸다. 저장 가능한 신고배는 제값줘야 한다.)

단감 10개 5,000 (조금 작은 편)

토마토 10개 10,000

 

아이구... 팔이야...

 

새송이 2봉 2,500

팽이버섯 3봉 1,000

브로콜리 1개 1,500

가지 4개 2,000

당근 6개 3,500

파프리카 2봉 6,000

 

아래 채소 옆 반찬가게 아주머니는 김치류만 파는데

우리동네 엄마들이 파김치 열무김치 오이소박이 총각김치 등등 그분에게서 잘 사온다.

 

가산 탕진했다.

 

그래도 상추 깻잎 시금치를 못샀다.

시금치 줄기가 너무 길어서 질길 것 같은데 비싸다.

깻잎은 노지깻잎이 보이지 않아 못샀고 포기상추가 없어서 못샀다.

 

만원짜리 책 만들어서 판매자 수수료 내고 디자인비 인쇄비 

주문들어오면 판매처 택배비 월간 명세표 발송비와 팩스비

간혹 못받았다 하면 재발송비...

판매자 수수료가 4,500원인 곳도 있다. 양보를 안해줘서 계약하지 못했다.

10,000-2,500-1,500-4,500-4,000-1,400-∝ =  -∝

 

엊그제는 명세표를 대행해주겠다는 곳에서 전화가 왔다.

정보를 어찌 알아내기야 했겠마는 거액 고정지출의 배꼽이 더 커질 경우이다.

 

예전에는 서적 우편 발송을 우대해주었었다.

책이라는 표시로 누런 서류봉투 모서리를 살짝 잘라서 책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만 되면

우편 소포료를 할인해주었던 기억이 난다.

엊그제 방문한 출판사에서도 물류비를 감당하지 못하겠다고 한다.

예전 책경기 좋을 때 처럼 한번에 여러권이 나간다면 물류비가 권수에 따라 분할이 되겠지만

어쩌다 한 권이 나가니 권마다 물류비며 명세표 발송비며를 부담해야 한다.

내 노동력에 대한 월급은 없다.

 

주소라벨용지나 택배봉투나 명세표양식이나 등 문구류를 차치하고서도 말이다.

우편번호를 꼭 쓴다. 안쓰면 50원인가를 더 부과한다.

봉투에 붙은 테이프류를 모두 떼내고 풀로 마감한다. 테이프로 마감한 날 30원이 더 나왔다.

무게 줄이기. 종이류 대신 뽁뽁이로 포장하면 풍선효과인지 무게가 덜 나간다.

 

오늘 월말 팩스와 명세표 보내고 1,400 나가고

묵은 내 책 팔아서 9,000 들어오고

시에 쓰인 방언에 관한 이상규 샘의 중고책 11,300원 지불하고

버스타고 시장다녀왔는데 짐이 너무 많아 30분을 초과하니  "환승입니다!"를 못해서

1,500원 두 번 3,000원 냈다.

 

두 배는 싸게 샀고 500원을 깎아주셨는데도 10만원이 훨씬 넘었다.

보자기 빈 통 장바구니 두 개 가져가 품위유지에 애를 썼어도 

내 꼴이 번잡하고 무겁고 팔이 아프고 땀이 난다.

우리 엄마가 보면

내 곱고 고상한 손을 안타까와하실 것 같다.

 

이 이수역 사계시장은

시장끝으로 나오자마자 엘리베이터가 지하철 4호선으로 이어지고

그 옆에는 할머니들이 조로록 앉아 시장 구경 사람 구경하며 햇볕을 쬐고 계시다. 

또한 바로 그 옆으로 횡단보도가 있고

버스중앙차로 타는 곳 내리는 곳이 왼쪽 오른쪽으로 이어붙어 있어

거의 모두 손수레를 끌고 연로하신 분들도 손쉽게 이용한다.

나같으면 상인회에서

보증금을 받고 손수레를 빌려주고 차로 걷으러 다닐 것 같다. 전동이동수단처럼.

그럼 더 살 수 있을텐데...

 

이렇게 장봐놓고

라면이 먹고 싶다.

시래기도 삶았는데 라면이 먹고 싶다.

시래기국을 끓이려고 버무려놓았는데 말이다. 

시래기국에다 라면을 끓일까?

그럼 된장라면이 된다. 1/2 물과 희석하고 스프도 반만 넣어 끓이면 맛있다.

오래전 남은 된장국을 그렇게 처리하고 내가 내 스스로의 요리맛에 반한 적이 있다.

 

시래기 꽁치조림은 또 어찌나 맛있는지 

개밥의 도토리처럼 꽁치만 대글대글 남고 시래기는 모두 없어졌다.

 

내일은 인헌시장을 갈까?

오늘 못산 것을 사야 하는데

지금 수분이 적어진 노지깻잎을 사서 재워두어야 내년 일 년을 먹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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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찾아본 단어 : 갈라-치기

 (표준국어대사전명사 1. 체육 바둑에서, 상대편의 돌이 두 귀에 있는 경우 변()의 중앙 부분에 돌을 놓아 아래위 또는 좌우의 벌림을 꾀하는 일.

지금 대부분의 사용 용례를 보아, 세밀하게 뜻을 들어가보면 '나누기'로 씀이 더 합당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