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은 어디 있게?
난생 처음 파김치를 담근다. 갓김치도 처음이다.
90이신 엄마는
한아름이나 되는 쪽파를 어쩌자고 두 단을 사놓고 앉아계시는 걸까.
꽈리고추 사다 놓으신지 일주일이 되려고 하는 것 같아 다듬어둔 멸치를 들고가서 반찬을 해놓고 오려고 했다. 그 펼쳐놓은 쪽파를 보니... 또... 울고 싶다...
사놓기는 했는데 오래 앉아 다듬는 것은 협착이라 힘들고, 씻는 것 오래 서있기 어렵고, 양념하는 것 많이 잊으셔서 엄두가 안나고 양념마다 액젓이며 마늘 다진거며 고춧가루며 새우젓이며가 어디 있는지 남아있기나 한지. 풀도 쑤어야 하는데... 큰 그릇 씻는 것... 잠시 서계시지도 못하시는 분이 어쩌자고...
아침에
나 내일까지 편집교정봐서 넘겨야해. 그러다 갔는데...
다듬고 씻고, 다듬고 난 부산물까지 마당에 묻고자 지고 왔다.
난 꽈리고추멸치볶음과 콩나물쭈꾸미볶음만 해드리고 오려고 했었다.
파김치와 갓김치를 담고 큰그릇을 씻고 나니 밤 9시가 넘었다. 아침 10시에 갔는데...
음식을 잘하고 못하는 차이는
이 맛을 다시는 못낸다는 것이다. 소 뒷걸음에 개구리를 잡았다. 무척 맛있단다.
여섯 통으로 나누어 담아 세 통을 먼저 분양해야 해서 얼른 들고 뛰었는데 오래 찬 바닥에 서 있었더니 발에서 쥐가 나려고 한다. 발바닥 딛는 위치를 고루 신경써가며 빨리 걸어갔다.
인터넷으로 여기저기 검색해서 담가보았다.
파김치는 좀 짠듯하게 담고 풀을 약간 되게 쑤고 설탕도 좀 넣지만 마늘은 넣지 않는다.
7~8줄기씩 돌돌 말아 통에 담으면 한 덩이씩 깔끔하게 먹을 수 있다.
갓을 절일 때 쪽파 밑부분만 절여지게 거기에 올려두었다가 뿌리부분 중심으로 양념을 발랐다.
내가 먹기 싫은 굵기의 대궁이 굵은 것은 갈라가며 접어서 꽈배기처럼 감았다.
파김치 담고 남은 양념에 마늘 다진 것만 더 넣었다.
파와 달리 소금에 절인 것을 건져 양념하기 때문에 양념간이 평소간과 같게 했다.
갓김치도 한 번 먹을 양만큼 모아 접어 넣었는데
그것을 아구릴 때 쪽파를 3줄기씩 함께 모았다. 남은 우수리에는 액젓을 약간 더해서 위에 덮었다.
내 붓은 설겆이 수세미와 고무장갑 뒤에 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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