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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란 그리고 고구마 숙제

雅嵐 2024. 1. 24. 06:58

농산물 임무 완수!!!

 

토란

그것은 추석 때부터의 일이다.

아버님 계실 때 추석음식으로 토란국을 끓였다가 모두 낯설어하는 바람에 지금까지 토란국은 잘 끓이지 않는다.

동생이 얼마전 추석때 큰 솥 한가득 토란국을 끓여 왔다.

국은 대량으로 끓이면 맛이 배가 된다.

엄마는 오랜만에 아주 맛나게 드시고는 그 국이 자꾸 생각나셨나보다.

재래시장에서 사오시고 자꾸 눈에 띄니 또 한 보따리 사오셨다.

 

나는

나 혼자 재고 먹는것이 싫었지만 엄마 재고를 나눌 수밖에 없었는데

그 재고가 다하기도 전에

논산에서도 또 검은봉지에 한가득을 주셨다.

구슬같은 씨도 다닥다닥 붙어 날 잡아서 까고 남겼다가 다시 깠다.

조금씩 뾰족한 싹이 올라오는데 결국 다 까야할 것 같았다.

 

한국기행 겨울음식에서

토란을 삶아 까더니 절구에 넣는다.

그냥 까면 손이 가려웠는데 참 좋은 방법이고 국말고도 부침이 있다니...

 

양지머리와 사태살을 오래 삶고 찢어두고

느타리버섯과 무삐짐과 고춧가루를 넣고 볶아서 토란을 넣고 대파를 잔뜩 넣어

토란국을 끓였다. 

토란을 채썰어 도토리녹말과 부쳤는데 토란의 식감이 조금 안맞는다.

한국기행처럼 삶아 으깨서 쌀가루를 섞고 거기에 나는 양파도 채썰어 넣었다.

싹나기 시작하는 양파도 숙제이기 때문이다.

조금 괜찮다. 그래도 토란국이 낫다.

 

마늘 꺼풀만 남기 전에 모두 까서 다져 저장하는데도 성공하고

생강도 그렇게 했다.

어머니 농산물을 썩히지 않고 잘 활용했다.

 

고구마도 구슬같은 것부터 쪄 먹기 시작하는데

게다가 팍팍한 고구마라서 줄지않고 그대로 남으셨나보다. 

조금씩 싹이 나기 시작한다.

쪄서 보관하면 오래 두고 썩지 않게 먹을 수 있지만 팍팍한 밤고구마인 것이 문제였다.

찐 고구마를 세로로 갈라 그릴에 구웠다.

커피랑 아침 대용식으로 한다.

 

이번에는

날배추도 한 통 없고

동네 새 김치 딱 반 통 주신 것도 오늘 다 비웠다.

이모양 저모양 삐리한 총각무 몇 개와 얼가리인지 구별이 안갈정도의 배추를 넣어 동치미를 작은 한 통 담가 두셨다.

겨우내 먹을 수 있었던 배추우거지도 없다. 엷은 된장 풀어 넣은 물렁한 배추우거지 먹고 싶다.

된장국을 좋아하셔서 담고 또 담고 주는대로 얻어두신 된장만 김치냉장고에 꽉 찼다. 옆집에서 끓여서 한 그릇씩 나누어주는 된장국 드시다보니 일년이 지나도 된장 풀 일이 없어진 까닭에 모두 내차지가 되었지만 나 역시 그 길에 진입하고 있는 터라 소모에 아주 오래 걸릴 것 같다.

연령이 높아지시니 농산물도 이제 필요한 것은 못지으시고 처분할 것만 생긴다.

강보관으로 있는 한 해 묵은 김치로 살아야겠다.

내가 새것을 만들면 그것들이 치일까 새로 담지는 못하겠다.

크~ 삶은 고기와 갓버무린 김치 소란스럽던 김장축제... 이제 그리운 일이 되고 있다.

 

대파트럭이 다니는 것을 보니, 농협에서도 파는 것을 보니,

곧 대파값이 또 폭등할 것 같다.

트럭이 다닐 때 사서 심어 쫑날 때까지 길러 먹으며 새 파를 기다려야 한다.

한 단 값이 작년 이맘때의 두 배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