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날이 너무 뜨거워 미루다
구름이 많은 오늘 이른 아침 도전을 한다.
오래 묵은 등걸 하나도 톱질을 했다.
10년 넘게 앓이를 했는데 새 가지가 튼튼하게 저렇게 무성한 것을 보았으니
이제 괜찮을 것 같다.
과실나무를 키우는 것은 조금은 야박한 마음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여린 새순을 솎아내는 마음이 그렇고 송이를 정리해주는 일도 그렇고....
나는 잘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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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법첩을 공부할 때
공부모임을 만들어 차례로 돌아가며 연구해와서 발표를 했었다.
다른 판본의 다른 기록 다른 글자까지 대비해서 각주를 어마어마하게 만들어오는 선배들도 놀라웠다.
나는 그분들이 너무나 당연하게 알고있는 서예명가들의 호나 자를 전혀 알지 못하고 일소? 빼어나게 적다? 앞뒤가 말이 맞지 않은 채 어거지로 풀어갔다. 아주 오랜만에 선생님과 선배들이 배를 잡고 웃었다.
대만에서 나온 책들은 고유명사에 밑줄과 꼬불줄을 표시해서 인명 지명 책이름 등을 구별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 마치 우리글을 읽는 듯이 수월하다.
글씨 연습은
낱자를 여덟 번 이상 쓰면 여덟 가지를 고칠 수 있다고 하였다.
여덟 가지를 고치면 거의 고친다고 할 수 있는데
한자는 중복되는 부수를 제외하면 나머지가 거의 여덟 획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화선지 반절지도 여덟 칸이다.
그리고 나서 책 원본을 보고 전문을 다섯 번 이상 써보라고 하였다.
이것은 흰 화선지에서 위아래 글씨와의 여백과 장법을 보는 일이다.
쓸수록 획에 자신감이 생겨서 기세가 좋아진다.
다시 썼는데 좋아졌나? 아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원문】
(所謂文質彬彬, 然後君子) 何必易雕宮(8)於穴處(9), 反玉輅(10)於椎輪(11)者乎.
又云, 子敬不及逸少, 猶逸少之不及鍾張. 意者(1)以爲評得其綱紀(2), 而未詳其(始卒也.)
【해석】
어찌하여 꼭 아름답게 꾸민 궁실을 토굴로 바꾸고, 옥수레를 되려 누추한 수레로 바꿀 것인가?
또 이르기를 “자경 왕헌지가 일소 왕희지에 이르지 못함이 마치 왕희지가 종요ㆍ장지에 이르지 못함과 같다.”라고 하였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 대강만 얻은 평이 되어서, 아직 시말을 상세하게 한 것은 아니다.
【주석】
(8) 雕宮(조궁) : ‘조(雕)’는 장식한다는 뜻이니, 이는 장식이 아름다운 궁실을 일컫는 말이다.
(9) 穴處(혈처) : 토굴을 파고 들에서 거하는 것을 가리킨다.
(10) 玉輅(옥로) : 천자가 타는 다섯 가지 수레가 있는데, 즉 옥로(玉輅)ㆍ금로(金輅)ㆍ상로(象輅)ㆍ혁로(革輅)ㆍ대로(大輅)로 정교하고 호화로운 장식의 수레를 일컫는다.
(11) 椎輪(추륜) : 바퀴살이 없는 원시적인 수레로 고대에서 가장 간단하고 누추한 수레를 가리킨다. 이에 대해 소통은 『문선ㆍ서』에서 “만약 추륜은 대로의 시작이라면, 대로는 차라리 추륜의 바탕이 있다고 하겠다.”라고 하였다.
(1) 意者(의자) : 작자 혹은 필자로 손과정을 가리킨다. 이는 앞의 평어에 대한 손과정의 의견을 말하는 것이다. 또한 말의 분위기를 전환하는 역할로 보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에는 ‘대개’, ‘혹은’, ‘아마도’라는 뜻이다.
(2) 綱紀(강기) : 기강으로 대강의 요령을 뜻하는 말이다. 『악기』 주에서 “기(紀)는 전체 요점의 이름이다.”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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