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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보 28 - 무엇을 위하여 종을 울리나

雅嵐 2024. 12. 25. 14:54

집으로 오는데 한시간 반이 걸렸다.

헌재 앞에서의 마이크소음이 인사동에까지 울려 퍼져 공부를 할 수도 없고

보신각 앞에서 또 한 떼를 만나 지하철 입구 무서워서 못들어가겠고

버스가 무리를 피해가는 노선을 찾다가 막히기도 하고 그리 되었다.

어떤 건물 앞에서의 밀린 임금 시위는 쪼그라들었다.

어두워져가는 불빛 연말 

누가 그시간 그 소음을 들어가며 어느 가게인들

편안히 들어가 밥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는가

모두 까만 김밥처럼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자쓰고 패딩을 입고 가리고 있다.

본인을 가리고도 남을만큼 커다란 단단한 인쇄물을 말아쥐고 엄마같은 몇은

버스를 기다린다.

경매딱지처럼 노란바탕에 빨간 임대문의가 주욱 나붙은 거리에서...

 

몇키로만 위반해도

집으로 날아오는 경찰딱지를 생각한다.

 

호떡이 한 개 2천원으로 오른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이제 한 개 3천원이다. 

호떡반죽을 빚는 빠른손 곁눈으로는 아이패드 어떤 그래프를 보느라

손따로 눈따로이다.

급격히 오른 가격의 원인을 생각하게 한다. 여전히 줄은 길고...

호떡 요기꺼리도 이제 그만해도 되겠다.

 

배는 고프지만 

그냥 집으로 온다

 

종로에서 삼일로를 거쳐 명동성당도 보고 명동을 지나 롯데와 남대문까지 걸어

한번에 오는 버스를 타고 싶었다. 그래도 한 시간 걸렸을 것이다.

 

올해 작품은 내지 못한다고 했는데

마감일도 한참 지난 일요일 밤 10시 넘은 시간에 독촉을 받고

손이 막혀 나아가지 않는 어그러짐으로 작품이란 걸 했으나

뜻은 날아오르는 듯하니 그나마 올해 한 작품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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今과 令과 合의 다름이다.

 

 

원문

情怠手闌,(1)  / 五乖也.

乖合之際, 優劣互差. 得時不如得器, 得器不如得志. 若五乖同萃 思遏手蒙, 五合交臻, 神融筆暢. 暢無不適, (1)無所從.

 

해석

다섯 번째 어그러짐이다.

어그러짐과 합함의 사이에서 작품의 우열은 서로 차이가 난다. 때를 얻음은 기량을 얻음만 못하고, 기량을 얻음은 뜻을 얻음만 못하다. 만약 다섯 가지 어그러짐이 함께 모이면 생각은 막히고 손은 가리며, 다섯 가지 합함이 서로 이르면 정신은 융합하고 붓은 유창해진다. 유창하면 적합하지 않음이 없고, 가리면 좇을 바가 없다.

 

주석

(1) 묵적본이현사호남본에는 ’, 사고본에는 라 하였으나 여기에서는 전자를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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