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자방고전 풀이

책만 보는 주부

우리/일기

버려야하나...

雅嵐 2025. 1. 31. 23:50

부엌도

내 방도

까치발을 하고 숨을 잔뜩 들이쉰 후 참고 지나가야 하는 공간이 있다.

우영우가 왈츠를 추듯 그렇게 지나다녔다.

발레를 하는 듯, 라틴댄스 첫 준비자세인 듯...

 

가계부를 쓰던 기간은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지던 기간이다.

은행 가계부를 못구하면 노트에 줄을 그어 썼고

항목별로 연간 통계도 냈었다.

계획성이나 그런건 무슨... 그냥 적었다. 일기삼아.

그리고 그때를

조카들과 동네 아이들 그냥 불러들여 한자카드 놀이를 하며 급수를 따게 하며 지나왔다. 앞집 집사님이 서예도 가르쳐달라며 너댓분도 모아 오셨다. 아마도 늘 보며 나를 구제하시기 위함이었던 듯하다.

아이들은

손과 얼굴에 밀가루분칠을 해가며 밀가루-달걀-빵가루 돈까스를 직접 만들게 하고

때로 돌아보면 스무명인 날도 있었다. 쌍둥이들은 집에 안간다고 떼쓰고

아이가 둘씩인 엄마들은 잠시 은행에요~ 해놓고 종일 안나타나기도 했고 며칠 묵어간 아이들도 있었다.

모두 가고 나면 레고와 인형들과 동화책들과... 밀대로 현관앞까지 밀어 산처럼 쌓아놓고 바구니별로 정리했다.

그래도 어떤 엄마는 "문 뒤에 먼지가 공이 되어 굴러다녀요"하며 친척들에게 소문을 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40인분의 나물과 전을 부치고 어른 한복 다림질까지 끝내면 새벽 2시가 되곤 했다.

 

편집 신뢰감 백배 조선일보 교재만 고집했다.

배정한자 몇 자 달라지는 것은 누리집을 참고해서 조금 조정하면 되고

최근 기출문제를 반영하면 된다.

 

저것들도 이제 내려놓아야 하나.

저 짐을 뺐을 뿐인데

방의 반 정도가 훤해졌다. 왜지? 대체 왜 그럴까?

공간이라는 것이 참 신기하기도 하다.

그 구석부터 버려나오기 시작한다.

 

누런 책들을 뽑다가 몇권은

도루 들어간다. 

다시 읽기는 어려운 활자이지만 어차피 주인찾기는 어려운 책이고

어떤날 표지만이라도 매만지며 하루쯤 그 책에 얽힌 추억에 빠질만하다.

 

동생에게

생일선물로 요구한 책도 있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두꺼운 두께에 읽지 않은 줄 알고 얼마전 다시 넘겨보았는데 대부분 익숙하다.

그렇다. 노트에 열심히 옮겨 적어

그 노트를 자주 넘기게 되어서 외워진 까닭이다.

그때 읽기를 잘했다.

지금은 '인생을 이렇게 살아라' 하는 책이 싫다.

 

릴케

한하운의 파랑새도 있고 전혜린과 맨발의 이사도라

마광수의 시론과 문학이 있다.

 

유리책장 문을 열었더니 책가스가 나온다.

어떤 장서가가 고서에 파묻혀

오래된 책에서 나오는 책가스로 사망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프린트 이면지로 쓰기위해

A4 이면지 한 박스도 있다. 이면지가 안된다는 곳도 있다.

법과 절차를 어긴 기관의 학술부서에 내용증명을 무심코 이면지에 했었다.

 

별걸 다 버려놓고

하찮은 것으로 고민을 한다.

어차피 어얼구나~처럼 남을 것은 하나도 없다.

 

저렇게 또

거실 한 켠에서 한 달을 고민한 채 쌓여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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