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 녘에는 절대 낯선 길에서 헤매면
안돼. 그러다 하늘 저켠부터 푸른색으로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가슴이 아프거든. 가슴만 아픈
게 아냐. 왜 그렇게 눈물이 쏟아지는지
몰라. 환한 낮이 가고 어둔 밤이 오는
그 중간 시간에 하늘을 떠도는 쌉싸름한
냄새를 혹시 맡아본 적 있니? 낮도
아니고 밤도 아닌 그 시간, 주위는 푸른
어둠에 물들고, 쌉싸름한 집 냄새는
어디선가 풍겨 오고. 그러면 그만 견딜
수 없을 만큼 돌아오고 싶어지거든, 나는
끝내 지고 마는 거야......"
- 양귀자 '모순' 중, 슬픈 일몰의 아버지 -
*책을 읽다 메모했다
이젠 어두울 때 밖에 있는 게 싫다
그래서 날저물 때 기차역에 서있을 게 자꾸 걱정된다
평택에서 출퇴근 할 때 평평한 지평선 끝까지
뻗어 있는 기찻길의 두 줄을 보며
입속에 김남조의 시 '평행선'을 뇌이곤 했다
"우린 만난 적도 없지만 헤어진 적도 없습니다"
*날저물어도 가고싶어지는 곳이 있어서
전각을 끝내고(학교땜에 진짜 끝냄) 아버지께 들렀다
좋아하시는 초밥 두 도시락을 사들고...
초밥 포장될 때를 기다리는데 갑자기 불안감이 몰려왔다
꼭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아 서둘러 갔는데
엄마는 오른 팔에 기부스를 하고 계셨다
일요일에 통화가 잘 안되어 월요일에 통화할 때도
내 감기만 걱정하셨었다.
"니 덕분에 저녁이 공짜다. 효녀다"
또 효녀랜다. 아이땜에 내손으로 차려드리지도 못하고
허겁지겁 나오는데..
날더러 효녀라니까. 자꾸 효녀에 가까와지려 하는 것 같다.
왼손으로 밥해놓으면 아버지가 퍼주신단다
두 분이 함께 계셔서 정말 다행이다.
버스타고 돌아오는 길에 창문을 내다보다 또 눈물을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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