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해서 천자문을 완임해 보았다면 좋은 글귀를 골라 창작을 해보기로 한다. 내가 그처럼 배우기를 거부하던 왕탁은 하루는 왕희지 임서에 다음날은 창작, 하루 임서 하루 창작... 평생을 그런 자세로 공부했다고 한다. 그래서 현재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없는 왕희지의 묵적이 왕탁전집(왕탁법서전집 전 5권, 하남미술출판사, 2001. 전 1695쪽)에서 왕탁의 임서본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연령별로 구별되어 있어 젊은 패기와 원숙미의 깊어가는 맛을 느낄 수 있다.
2) 따라서 임서만큼 중요한 것이 창작이고, 창작은 법첩의 집자가 아니다. 어떤 법첩의 필의를 담았든, 창작품에서는 그것이 완전히 녹아들어 자신만의 개성이 자연스럽게 담겨 한다. ‘누구 작품이다’가 아닌, ‘저거 무슨 비첩이다’라고 한다면, 실패한 창작이다.
3) 서도와 서예가 있다면 서도는 공력으로써 하여야 하고 이는 2~3cm 정도의 소자 창작이 해당이 된다. 적어도 100자는 넘어야 공력을 발휘할 수 있으며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필의를 유지하여야 하고, 첫 자를 화선지에 시작한 이후로는 마지막 자를 완성하기까지 자리를 뜨면 작품을 이룰 수 없다. 또한 같은 호흡을 유지하여야 한다. 이에 비하여 서예로써의 창작은 자신만의 흥취를 찾아야 하고 예술에서 말하고 있는 요건들을 갖추어야 한다. 검은색의 농담으로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색을 최대한 구사할 수 있어야 하고 여백의 아름다움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4) 자전 준비하기
서예를 하면서 돈이 많이 든다고들 한다. 남들이 사자는 대로 자전을 구입하다보면 끝도 없고, 짐도 많아지고, 돈도 많이 든다. 사댈수록 부족함을 느낀다.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휴대용자전(칠체대자전, 도서출판 여송,2001) 한 권만을 권하고 싶다. 대학원 수업까지 받고 있지만 4~5권의 자전에도 나오지 않는 한자의 서체가 이곳에는 있다. 휴대용 1권으로 편집되었고 크기가 작아 쉽게 빨리 찾을 수 있어 창작하는데 부담이 되지 않는다. 현장휘호대회에서도 유용하다. 뒷부분에 가나다순으로도 찾게 되어 있어 유용하다. 부수로 찾을 때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다만, 가나다순 편집의 글자크기가 너무 작아서, 작년까지는 보이던 것이 올해는 가물가물하다.
고급단계에 들다보면 전예대자전, 서도대자전, 행초대자전, 전각자림, 목간자전, 고전문자자전 등이 필요하다. 그러나, 왕탁자전, 우우임자전, 전각자전 등 개인적인 필의로 편집된 자전들을 참고하다 보면 그 사람만의 독특한 창작이나 인간적인 실수까지도 따라하게 되어 자형의 오류를 범할 수 있고, 작품 전체적인 장법에서만 나타날 수 있는 글씨형태를 따다 집자하는 경우가 생기므로 창작의 대의를 망칠 수 있다.
5) 문장 고르기
문장은 평소에 독서를 통하여 문장노트를 만들어 놓는 것이 좋다. 현대와 고전, 시·소설·수필·경서 등 모든 범주를 통하여 정독도 좋고 일별하여도 좋다. 단지 정확한 서지(저자, 제목, 출판사, 출판년도, 쪽 등)의 메모습관을 들여야 작품 창작시 참고할 수 있다.
그렇게 모아놓은 것이 없다면 작품용 글만 모아놓은 서적이나 작품하고 싶은 분야의 책을 몇 권 쌓아 놓고 고르는데, 이때 유의할 것은 반드시 근거가 되는 원전을 찾아 확인하는 일이다. 우리나라 고전은 한국고전번역원(http://db.itkc.or.kr/ )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 고전은 이처럼 원전확인도 용이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중국의 시나 사서삼경 등의 경서보다는 우리나라의 고전 한시나 선인들의 문장, 옛 시조 등이 우리의 감흥에 더 잘 맞는다고 생각된다. 특히 중국의 유명한 문장의 경우에는 전해 내려오는 과정에서 여러 글자들의 이견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아 웬만한 장서가가 아니고서는 원전확인이 어렵다.
문장의 내용은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것이 좋으며, 문장을 지은 이도 역사적으로 순행을 한 작자가 좋다. 쉽게 찾자면 시호에 ‘文’이 들어간 사람이면 여러 면에서 훌륭하다.
쉬운 방법으로 도록을 베끼는 경우가 있는데, 저작권에 위배되기도 하고 예술의 기본인 창작이 될 수 없다. 또 지나치게 흔한 문장은 이미 그 훌륭한 내용상 의미가 상실되므로 피하도록 한다.
전국규모의 휘호대회 명제로 썼던 문장은 피하도록 한다. 많은 서체로 많은 창작이 나와 있어 오해받을 수 있다.
석문이 함께 있는 도록인 경우 그 석문을 참고하여 원전을 확인하고 다른 서체 다른 장법으로 창작한다면 초보창작의 경우 가능할 수 있다.
공모전 준비로 창작하는 경우에는 적어도 5개 이상의 문장을 골라 초안을 잡아보는 것이 좋다. 공모전 창작은 선생님께 보이는 학생의 시험지와 같은 자세로 하여야 한다. 유별나거나 지나치게 창의적인 것 보다는 겸손한 자세로 공부한 교과서적인 것이 좋다. 한문창작의 경우 내가 생각하는 좋은 문장은 다음과 같다.
① 중복되는 글자가 많지 않은 것.
② 너무 복잡하고 잘 쓰지 않는 한자가 많지 않은 것.
③ 서예 필법의 기본 획을 모두 펼쳐낼 수 있는 문장. 즉 점이나 내려 꺾어 올리는 획, 왼쪽으로 벋어 뒤집는 획, 오른쪽으로 펼치는 획, 아래로 길게 뽑을 수 있는 획, 오른쪽으로 크게 돌려 벋어 내릴 수 있는 획 등 자신의 기량을 모두 발휘할 글자가 골고루 들어있는 것이 좋다.
④ 성글고 복잡하거나, 쓰기 쉽고 어려운 글자가 고루 들어있는 것.
⑤ 한시를 짓다 보면 평측에 맞는 한자로 운을 맞추어 시를 짓는 일은 매우 어렵다. 이때 앞에 썼던 한자나 의성어 의태어로 평평측측을 맞추기는 수월하다. 이런 측면에서도 중복된 글자나 무리하게 들어간 복잡한 글자로 지은 문장은 격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겠다.
공모전이 아닌, 자녀들이나 지인들에게 줄 문장을 고를 때는 경서나, 箴, 銘 등에 훌륭한 내용이 많으므로 어조사가 조금 겹치더라도 장법을 다양화하는 방법으로, 이러한 부문에서 선택하는 것이 좋다.
6) 자형 만들기
좋은 문장을 몇 개 골랐다면 자전을 참고하여 자형을 그려보도록 한다. 이때 자형은 되도록이면 문자발달 시대를 서로 맞추도록 하고(북위시대, 수당시대 등) 같은 시대 중에서도 유별난 자형보다는 대다수가 선택하여 쓴 자형을 선택하도록 한다. 다만 같은 글자라도 장법에 변화를 줄 수 있는(파책이 있는 것과 없는 것, 아래로 쭉 뽑은 것과 감아 들어 숨긴 것 등) 자형은 종류별로 선택하여 놓는다.
7) 좋은 장법 찾아가기
공모전의 경우처럼 화선지의 크기가 정해져 있다면,(사실은 ‘~이내’로 되어 있어 정해지지는 않은 경우가 더 많다) 글자 수에 따라 고정되어 있는 장법만 그대로 따를 것이 아니라 한 줄에 들어가는 글자 수와 전체적인 줄의 수, 문장이 끝나는 여백과 낙관 글씨(관서)와의 조화를 고려하여 3~5가지 장법으로 변화를 시켜본다.
이때 같은 필법이 나란히 서는 것은 피하도록 하며, 피할 수 없다면 5)에서 찾아놓은 다른 장법의 글자로 바꾸어 가며 변화를 주도록 한다. 한 글자를 다른 줄로 넘길 때마다 글자끼리의 조화는 매우 큰 변화를 일으킨다.
특히 한글을 창작할 때는 단어가 중간에 끊어지지 않도록 하며, 시의 경우 시인의 감성이 가장 잘 전해질 수 있는 장법을 찾아서 적어도 다섯 가지 아상의 장법으로 창작하여 보도록 하여야 한다. 줄을 넘기는 과정에서 옆글자와의 조화를 고려하다 보면 선택한 시만큼 아름답게 보이는 장법을 찾을 수 있다. 상하로 긴 장법부터 좌우로 넓은 장법까지 활용하여 보도록 한다.
8) 장법을 어느 정도 정하였으면, 쓰고자 하는 필의의 법첩을 임서하여 보고 법첩 중에서 창작하고자 하는 글자의 부분부분을 참조하여 필의를 확정한다. 작품을 완성한 뒤에는 반드시 벽에 걸어 오탈자 점검을 하고 고칠만한 글자를 스스로 수정하여 다시 창작에 들어간다. 법첩 임서하고 쓰고 걸고 점검하고 수정하고....를 반복하여 본다.
이러한 과정을 소홀히 한 채 여러 장 베껴 쓰는데 급급하다 보면 같은 실수가 반복된 것을 모르고 수십 장을 버려야하는 경우가 생긴다. 생각 없이 삼십 장을 쓰는 것보다 열 번씩 생각하고 석 장을 써내는 것이 더 유용하다.
작품의 첫머리 글자나 중간중간 자형에 따라 창작자 자신의 필의의 역량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몇몇 글자를 찾아서 강한 기세를 응축하여 표현함으로써 포인트를 준다.
9) 작품 관서 쓰기(낙관 : 낙성관지)
관서의 서체는 문장의 서체와 같은 것을 쓴다. 그러나 전서, 예서에는 일반적으로 행서로 관서한다. 해서는 같은 필의의 해서로 쓴다. 독특한 서체인 경우 서체를 불문하고 같은 필의로 쓰지만, 관서할 때는 겸손한 자세로 임함으로써 특히 본인의 이름은 날려쓰지 않으며 내가 선택한 문장의 저자를 존중하는 형식을 삼아서 쓴다.
① 세차 간지(기축, 경인...)를 쓴다.
② 달의 이칭이나 절기를 쓴다. 두 자 이상의 길이가 필요할 때는 ‘~(절기)절’, 또는 ‘~지절’, ‘~전(후) ** 일’ 등으로 늘일 수 있다. 더 늘여서 쓸 때는 ‘書於~’ 등으로 장소를 쓸 수 있다. 자리가 부족할 때는 계절 한 글자만 쓰거나 생략할 수 있다.
③ 문장의 작자와 제목을 쓴다. ‘錄 ***(작자 이름, 호 +선생; 우리나라 학자의 경우)의 ***(시나 글의 제목)’, ‘~구(경서의 경우 경서의 제목과 장을 표시)’. 두 줄로 써야 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해의 간지보다 작자를 먼저 쓸 수 있다. 자리가 부족할 경우 문장의 제목을 생략할 수 있다.
④ 내 호와 이름을 쓴다. 자리가 부족한 경우에는 반드시 호를 생략하고 이름만 쓰도록 한다.
⑤ 낙관 시 이름의 바로 밑에 음각의 이름을 먼저 찍고, 낙관 크기의 한 배 반 정도를 띄운 후 양각의 호를 나중에 찍는다. 인주를 묻히기 전에 인장의 손잡이 부분을 이용하여 위치를 가늠해본다. 오른쪽 문장의 여백과 낙관의 여백이 어긋나도록 조금씩 위치를 조정한다. 얇고 단단한 책(전각용 유리판에 백지 5장정도 올린 강도)을 받치고 인구를 이용, 다시 한 번 더 위치를 정한 후 인주를 묻혀 상하좌우 골고루 누른다.
어려우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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