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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의 스마트 폰 - 여학생모임 한글박물관

雅嵐 2022. 9. 23. 07:54

좋은 일이 있어 점심을 산단다.

새로 단장한 한글상설전을 관람해야할 의무도 있고, 날씨가 좋고 바람이 좋아 밖으로 나갔다.

점심은 소박하다고 미리 전했다.

 

내일보다 오늘은 아주 젊은 날이다.

오늘 안하면 내일은 못하게 된다!!!

 

 

오래 묵힌 'Z의 스마트폰(박준영, 쌤앤파커스, 2022)'을 꺼내놓았다.

베이비붐 세대가 차츰 정년을 맞아 밖으로 나오고 있지만

"라떼(나때)는 말이야~"는 여전히 버리지 않으려 한다.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도 행선지 버스 번호를 묻고 장소를 물으면서도

대면이든 비대면이든 스마트폰 강좌를 받으려 하지 않는다.

각종 미디어강좌가 있지만 아이를 부르는 것이 내 불편을 요모조모 잘 알아해주니

Z세대에 의지하고 기억은 쇠퇴하고, 같은 질문을 계속하니 아이들도 힘들어한다.

통화하고 사진찍고 카톡하고...

사진이 잘 키워지고 카톡을 할 수 있으니 스마트폰을 쓰는 듯하다.

 

 

이 책은 다음 세대가 추구하는 것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온갖 새로운 용어들이 등장하니 읽는데 조금 지체가 될 수는 있지만

잘 된 편집이 면을 잘 넘어가게 한다.

아마 우리 모임 몇몇은 그다지 재미있는 책이 아니라 읽지 않은 듯하다.

책모임을 하다 보면

아이들에게 필독도서를 권하는 것이 미안해진다.

관심분야의 책을 넓히고 깊게 하고,

읽기 싫은 책과 읽혀지지 않는 책은 읽지 않을 권리를 주고 싶다. 

내 책은 깎이고 깎여서 판매점수가 45점으로 줄었는데 이 책은 2,100점을 넘고 있다.

어려운 책을 쉽게 쓰는 일은 더 높은 단계라 생각한다.

어려운 지식을 쉽게 전달하는 교수님들도 새삼 존경한다.

 

 

못보던 아이들이 이곳에 많다.

색색 조끼와 단체복을 입은 아장아장 아가들부터 졸업사진 촬영을 나온 고등학생들까지...

한글박물관 상설전 관람 - 국립중앙박물관 이동 - 경천사식당 두레 식사

 

광역버스 내린 자리에서 바로 한글박물관 가는 버스 502를 타는 것도 좋았고

502번 버스가 국립한글박물관 대문앞에 내려주는 것도 좋고

1층 경비실에서 휠체어를 바로 빌릴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러나... 실내 전용.

한글박물관에서 중앙박물관까지 야외이동은 절대!!! 안된다고 하고

중앙박물관 실내전용 휠체어를 다시 그곳에 가서 빌려야 한다고 했다.

덧붙이는 말이...

유모차 휴대하고 다니듯 알아서 휴대하셔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 우리가 규정을 어길테니 못본척 해달래려고 마음먹었다.

동행한 분의 불편한 다리가 요즘 많이 아프고

멀어서 대중교통 광역버스로 왔고 휴대해줄 동행없이 이동해야 했고 약간은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규정을 지켜야 하나? 해서 휠체어를 반납하며 신분증을 찾으러 갔는데...

앗싸!!! 점심식사 중 아주아주 잠시 자리를 비웠다.

우리를 위해 한 쪽 눈을 잠시 감아주는... 의도적이 아닌가 하며 감사하는 마음.

딱 이정도 사람이 하는 일이란 그래서 좋다. 두 공간을 편하게 이동했다.

 

월요일 지하철 4호선으로 둘레길 약속을 하면

미리 여유를 넉넉히 두고 나왔어도 20분이상 늦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월요일마다 장애인단체 시위가 있기 때문이다. 예산증액과 교육권 보장 외에 자세한 내막은 잘 모르겠다.

지금도 여전히 월요일마다 시위는 이어지지만 '돈'이 어렵다면,

있는 예산과 인력을 활용해서 이렇게 평지 포장도로와 엘리베이터로 잘 이어진 길을 두 기관이 연계하는 등...

국가기관만이라도 아이디어를 하나씩 추진하는 사업은 어떨까 잠시 생각해본다.

 

박물관 관람은 발이 많이 아프다.

언젠가 아예 신발을 벗어들고 관람하고 있었더니

그곳 청소하시는 분이 내 진행방향으로 넓은 마른 걸레질을 계속해주시곤 했었다.

 

 

저 분들 모두 각자 방향이 극과극으로 떨어진 집에서 1시간 반을 이동해서 만난 귀한 모임이다.

머릿속으로 각자 집을 점 찍어 실을 연결하고 꼭지점을 옮겨가며 얼추 중심점에 정한 곳이다.

낙지볶음과 묵은지고등어찜에는 매운표시가 하나씩 있었지만 

잘 못드시는 분들이 그걸 선택하고 말았다.

코다리가 가장 무난했고 돈까스에 포함된 묽은 카레가 먹을만했다.

 

 

이날도 국립중앙박물관 수평을 맞추는 사진은 모두 실패

 

 

한글박물관 상설전

문자없는 암흑세계를 표현하던 곳이 조금 밝아졌다. 지난번에는 어둠이 깊어 공포스러웠다.

세종어제훈민정음 서문을 일곱 문장으로 나누어 상설관을 진행했다.

다음 관도 조금 달라졌다.

소리를 모아 음을 정하는 영상 중에 소나무숲에 내리는 소나기를 실감나게 표현했다.

자연의 온갖 소리를 의성어 의태어로 표현할 수 있도록 음을 정하는 일이, 문자창제보다 앞선 일임을 나타낸다.

 

 

국립중앙박물관 로봇이 찾는 곳을 안내해준다.

아이들이 2미터 인근 전방을 가로막으면 기다리기도 하고 돌아가기도 한다.

중간에는 멈춰 뒤돌아보며 잘 따라오고 있는지 확인도 했다.

화장실 안내를 받았으니 모두들 그 성의를 생각해서 안내한대로 방문한다.

그다지 필요해보이지는 않는다. 여러대가 있는데 비싸겠지?

대부분 충전기로 돌아가 꽂혀 있다.

'Z의 스마트폰'에서 소개하고 있는 많은 새로운 것들도

'라떼세대'인 나는 오히려 더 불편으로 느껴진다.

 

 

완벽한 마무리.

처음 빌린 곳에 반납하고 택시타고 대기하고 있는 광역버스를 바로 잡아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