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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석여 전서 천자문 7, 8 - 군자와 소인

雅嵐 2024. 6. 8. 03:54

전서의 한 글자를 쓸 때는 생각을 많이 한다.

한 글자 속에서 내가 쓰는 선은 분명 어떤 선과 대칭을 이루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흰 공간까지 잇다보면 다른 획인데도 도형의 대칭을 이룬다.

앗차차... 그게 그 모양과 맞는 것이었는데...

 

궁금한 해석을 찾다가 금방 또 잊는다.

경서들은 철학이 다양하지만 천자문은 해석과 글자의 용례가 정해져 있다.

글씨 공부이면서 중국 역사공부에 해당한다.

왕희지의 집자성교서 글자와 거의 같은 구성이다. 여러 설이 있지만

한자나 한문 교본이 아닌 왕희지 글씨를 황제 자녀에게 가르치기 위한 붓글씨 교본이 유력하다. 겹치지 않는 글자로만 왕희지의 글자를 모사하고 그것을 한 자씩 잘라내어 율조에 맞게 배열하고 문장을 꾸렸다고 한다.

해서 천자문을 쓰고 행서 집자성교서를 쓰면 수월한 이유이다.

정약용이 한자교육용으로 부당하다 여겨 아학편으로 정신 천 자, 물체 천 자를 지었는데

부추 종류를 공부하다가 조금 질렸다. 염교 부추 솔.... 모두 다른 품종이다. 한달간 자연도감에서 부추종류만 들여다보기도 했다. 재미는 있다. 붓글씨로 작품하는 것은 아니다. 고기 어 부수나 초두머리 부수가 몰려 있어서 보기에 장법이 그다지 아름답지 않다. 같은 글씨가 몰리면 피하고 변화를 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천자문 해석은 나중에 해도 될 것 같다. 

마지막자 也를 '이끼 야'로 욌었는데 '잇기 야'란다. 멋지지 않은가. 어조사 -> 잇기.

 

한글학자들은 한자가 섞인 글을 배척한다. 투고 지침이 그렇다.

올해 세종날 한글학회 논문은

한자는 없는 대신 한자 혼용보다 많은 비율의 외래어와 영어로 채운 논문이 수두룩하다. 다른 학문과의 융합이라는 것이 인문학을 더 망치고 있다. 학문을 처음 대하는 마음자세가 인문학과는 분명 다르다.

김미경의 '세븐테크' 책에서 읽은 일곱 가지 기술을 한글에 응용하고자 한 것일게다. 참나~ 

이번 열치매 모임에서는 그 책과, 필경사 바틀비, 죄와벌을 주제로 삼았다.

 

군자와 소인이 나오면 스스로를 소인이라고 할 사람이 있을까.

지금 세상이 '갈라치기' 이분법이듯이 군자와 소인도 해석자들이 갈라치기를 해두었다.

소인의 '작을 소'는 겸양의 뜻으로 쓰였다.

배우고 익히고 친구와 교류해서 군자의 반열에 오른 듯 스스로 느껴지면

소인으로 겸양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더 배워서 위에 도달하여 깨우치면 오만해져서 다시 소인으로 내려오자.

 

한자 한 단어를 논문에 쓸 때 근거를 찾아 신중히 하기도 했지만

오늘 한자 한 자에서 대산 김석진 선생님께 받은 주역강의 문장을 받아쥐고

1986년 흥사단 선생님 주역 강의를 그리워한다. 주역 계사전 배우다 말았는데...

손으로 쓴 프린트물을 만들어 낸 제자 어떤 분이 궁금하기도 하다.

신경준의 경세훈민정음에 언문 창제의 단초가 많은 이유를 알겠다.

논문에 한 글자에 대한 긴 해설을 추가한다. 아마도 또 거부당하고 책이 될 것 같다.

세종은 정말 위대하다. 공부를 어마어마하게 했다. 따라 공부하는 중 발견.

 

올해는 장미가 오래 간다.

뒤를 이어 나팔꽃이 줄을 달을 피고 수국이 다음 순서를 기다린다.

갑자기 비가 쏟아지면 와~ 토란 한 잎 뜯어줄께 쓰고 가~

연잎처럼, 눈부신 물방울이 또골또골 춤을 춘다. 토란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