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뜨거워지는 이유.
백제시대 땅에 묻힌 그릇조각이 유적이라면 그때의 숲도 유적이다.
아마도
고증으로 추정해서 가마를 만들 것이고
아이들은 없는데 현장학습장을 만들 것이다.
음습했던 이 길 주변의
다가구와 빌라들은 많이 밝아질 것이고 통풍도 좋아질 것이다.
그만큼 시끄러워질 것이고
사당사거리 유흥가와 주택가와의 완충지대가 없어질지도 모르겠다.
주취자와 담배꽁초 무더기가 될 지도 모르겠다.
승방길 끄트머리
빌딩높이만큼 자란 산철쭉 숲을 하루아침에 뭉개고
급격한 기울기의 현장 땡볕 학습장을 만들더니
그곳엔 아무도 오지도 앉지도 않는다.
아주 오래 민원으로 버티었던
다 쓰러져가는 집 하나가
지금까지 우리를 지켜주었던 것 같다.
반대쪽 두세평 남짓의 집이 헐린 뒤로 작년 이 집이 헐릴 때까지
아주 오래걸렸다. 아마도 십년은 넘은 듯하다.
지하철에서 내려 숲길을 택해 걸어들어오다가
익숙치 않게
유난히 눈이 부시고 낯선 주변에 올려다보았다.
오래된 나무들이 잘리고 부러져 주택가로 거꾸러져 있다.
해가 쨍쨍하다.
해가 보이지 않던 길,
저 전봇대 복잡한 선이 그 뒤의 숲색으로 인해 인식하지 못했었다.
동네 주민 모두 좋아하던 길
차들도 통행이 어려워
유일하게 한복판으로 걸어도 되는 길이었다.
비가 무릎까지 튀며 쏟아지던 날...
도요지 아래 차가 더이상 못들어갈만큼 이 좁은 길은
아이들이 '지렁이길'이라고 했다.
도요지에서 쏟아져 내려온...
윗동네에서 지하철로의 지름길...
수국밭도 있다.
예전에는....
저런 숲이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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