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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시를 쓸 때(오규원),녹암선생 숙야잠,사물잠

雅嵐 2006. 12. 12. 20:33

남들이 詩를 쓸 때

 

                        吳  圭  源

 

잠이 오지 않는 밤이 잦다.

오늘도 감기지 않는 내 눈을 기다리다

잠이 혼자 먼저 잠들고, 잠의 옷도, 잠의 신발도

잠의 門碑도 잠들고

나는 남아서 혼자 먼저 잠든 잠을

내려다 본다.

 

지친 잠은 내 옆에 쓰러지자마자 몸을 웅크리고

가느다랗게 코를 곤다.

나의 잠은 어디 있는가.

나의 잠은 방문까지는 왔다가 되돌아 가는지

방 밖에서는 가끔

모래알 허물어지는 소리만 보내온다.

남들이 詩를 쓸 때 나도 詩를 쓴다는 일은

아무래도 민망한 일이라고

나의 詩는 조그만 충격에도 다른 소리를 내고

 

잠이 오지 않는다. 오지 않는 나의 잠을

누가 대신 자는가.

나의 잠은 잠의 평화이고

나의 잠은 잠의 죽음이라고

나의 잠은 잠의 꿈이고

나의 잠은 잠의 현실이라고

나의 잠은 나를 위해

꺼이꺼이 울면서 어디로 갔는가.

 

                          -- <王子가 아닌 한 아이에게>,민음사,1990,p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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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 계단을 정확하게 밟아 내려가거나

올라오는 자는 밤새도록 한 계단 한 계단을

밟고 오르내리느라고 참다운 잠을 자지 못하지만,

일부러라도 발을 헛디뎌 곤두박질치는 사람은

그 꿈으로부터 깨어나 새로이 깊은 잠을 잘 수

있다. 우리 삶에서 술이 필요한 것은 그 까닭

이다ㅣ

 

           -녹암선생.<숙야잠>,<사물잠>  --

 

숙향은 시경의 호천유성명편을 해설할 때, 숙야를 '공경하다'는 의미라 하였다.

夙夜箴(숙야잠)/ 10 숙흥야매잠도 - 한국고전번역원

http://db.itkc.or.kr/inLink?DCI=ITKC_BT_0144B_0070_010_0030_2009_001_XML

내가 생각하는 修身齊家治國平天下

修身 : 자신의 몸을 잘 닦는 것(몸에 걸치는 것, 손으로 만지는 것....)

齊家 : 집안을 가지런히 정리하는 것(물건 제자리 두는 일, 청소, 재활용품 정리....)

 

* 내 블로그를 에워싸고 있는 이 청포도를

  9월말 쯤 따서 술을 담갔는데 3개월 후쯤

  건지라 했으니 12월말 쯤이면 된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재래종 청포도라는데

  정확한 종자명 청수? 모르겠고 나무가 한

  30년쯤 된 거 같다. 똑같이 푸르지만 익은

  놈은 포도알 속에 햇빛이 투과되어 실핏줄을

  다 드러내며 투명한 푸른빛이 된다.

  그 포도주 한 잔이면 오규원 시인도 재울

  수 있지 않을까.

  나는 3잔 쯤 있어야 한다.

  그 포도주가 없으면 나는 밤새도록 글씨를

  쓴다. 화선지가 너무 많이 나온다. 비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