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보통 5*8사이즈라 하는데 15*24cm 벼루를 말한다. 붓이 충분히 잠길 정도의 양을 담을 수 있어야 한다. 더 큰 벼루는 무게를 감당하기 힘들고 각종 대회에 휴대하기 불편하다. 무엇이든 하나로서 쓰도록 하자. 사는 동안 짐은 적을수록 좋다. 짐이 많아지면 그것들을 매만지고 이동하는 시간들이 모여서 어마어마한 시간을 낭비하고 살게 된다.
2) 단계연 등 명품벼루를 소장한 몇몇 분들을 본적이 있다. 먹이 갈리는 벼루의 오돌도돌한 돌기들을 봉망이라 하는데 그것들의 크기가 미세하고 촘촘하기 때문인지 1시간을 갈아도 먹물이 흐려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채석하는 과정에서 바위로 예를 들자면 겉 부분과 속 부분 등 어느 부분으로 만드느냐에 따라 질의 차이가 매우 크다고 한다. 재료에 욕심내지 말자. 나는 선물도 거절했다.
3) 봉망이 성글고 거칠면 먹이 잘 갈리는 대신 먹물이 탁하다. 작품을 할 때는 윗 먹물만 따라서 쓴다. 봉망이 미세하고 고우면 먹 가는데 오래 걸리기는 하지만 먹색도 자연스럽고 맑다. 한편으로는 먹이 단단하면 오래 갈아야 하는 대신에 먹물이 맑고, 무른 먹이 빨리 갈리는 대신에 먹물이 탁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간 1만원~1만5천원 내외의 연습용 벼루를 계속 쓰는데 먹물양이나 먹물 농도에 아무 문제가 없다. 다만 가루를 찍어만든 중국산벼루를 조심해야 하는데, 벼루 뒷면에 전각칼을 이용해 새겨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중국산은 눈으로 관찰하여 연지의 바닥 안쪽 모서리부분의 선이 거칠거나 깊지 않고, 유연한 타원형이며 값이 싸다. 또한 먹을 갈거나 벼루를 닦을 때 회색의 가루가 물위에 떠다니며 벼루가 쉽게 마모된다.
4) 먹기계 사용을 겸할 때를 대비해 원형 보다는 사각벼루를 택하는 것이 좋고, 요즘은 먹물이 잘 고이도록 벼루바닥을 기울여 깎은 벼루가 많은데 이것 역시 평벼루가 좋다. 필요하면 받침을 사용해 기울이면 되지만, 기울여나온 벼루의 수평을 맞추어 먹기계에 쓰기는 어렵다.
5) 물이 담겨지는 부분을 연지라 하는데, 구매시 연지의 깊이는 반드시 살펴야 한다. 낮게 패인 것은 붓에 먹물을 충분히 적실 수가 없다.
6) 먹을 갈 때는 물을 조금 담아 갈다가 조금씩 더해가면서 갈도록 한다. 물을 욕심껏 흥건하게 하여 갈면 마찰력이 떨어지고, 넘칠까 조심스러워 오랜 시간 갈아도 먹물농도가 나오지 않는다. 선인들이 연적을 사용했던 경우를 생각하여 농도를 보아가면서 조르르 몇 방울씩 추가하며 갈도록 한다. 어떤 분은 먹물에 거품이 생기기 시작할 때부터 먹 농도를 가늠한다 한다. 개성에 따라 진하고 흐린 취향이 다르다.
7) 붓에 먹물을 묻힐 때는 충분히 적시었다가 뺀 후 7~8자 이상 씀으로써, 풍부한 먹물에서 건조한 필획까지, 한 먹물로 여러 먹색을 구사하는 것이 좋은데, 한 번 먹을 묻힌 뒤로, 붓이 벼루로 자주 가게 되면 내가 쓰던 붓의 면이 변하게 되어 오히려 제대로 획을 구사하기도 힘들게 되지만, 거친 봉망에 부드러운 붓털이 자주 비벼지게 되므로 붓의 수명이나 붓의 고른 면 활용이 점점 힘들게 되고 털도 더욱 쉽게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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