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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서예 걸음마

화선지와 붓글씨 쓰기

雅嵐 2007. 7. 26. 10:05

 

   1) 필방에 가면 경현지, 옥당지, 백설지 등 종이의 이름을 말할 것이 아니라, 연습지, 작품지, 전각용지 등 종이의 용도와 원하는 종이의 느낌를 말하고 구하도록 한다. 종이 이름을 어설프게 주장하다보면 종이에 대한 무지함이 드러나기도 한다. 상식을 깨는 종이 이름 한 가지. ‘菊全紙’를 국전에 일반적으로 내는 크기라서 ‘國展紙’로 알았는데, 처음 수입되던 상표 다알리아 꽃에서 유래된 이름이라고 한다.

    2) 종이는 지명에 따라 한지, 선지, 대만지, 푸양지 등과 피, 목, 초 등 재료에 따라 닥지, 죽지, 마지, 태상지 등이 있으며, 아교 등으로 번지지 않게 표면 처리한 숙지와 처리하지 않은 그대로의 생지, 두께(단선, 중선..)와 크기(전지, 국전지..), 그리고 가공(쇄금지, 묘금지..)정도에 따라 많은 종류의 이름이 있다.

    3) 작품지를 선택할 때 구별할 수 있는 것은 석분의 함량이다. 석분이란 조개가루 등을 넣어 알칼리화 시켜 보존력을 높인 것으로, 종이를 흔들어 찰랑찰랑 소리가 맑게 나는 것은 석분이 적게 들어간 것이고, 포근한 느낌이 나는 것은 석분이 많이 들어간 것이다.

    4) 석분이 너무 많이 들어간 종이는 번짐에서 비백으로의 변화가 급격하여 가끔 소화하기 힘든 종이가 있지만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종이라 하여 대부분의 작품지가 이러하다. 석분이 적게 들어간 종이에 난초 잎을 쳐본 적이 있는데, 먹색 표현이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서 느낌이 좋았다.

    5) 작은 글씨를 쓸 때는, 세필이 먹물을 많이 함유하지 못하여, 처음에는 푹 번지다가 몇 자 쓰지 못하고 먹물이 마르므로, 아교로 표면 처리한 숙지가 적당하다.

    6) 인사동등 서화 전문거리에 가게 되면, 다양한 재료의 종이와, 다양하게 가공된 종이를 가끔 사서 써보도록 하자. 작품의 효과를 높일 수 있고, 새로운 창작기법이 될 수 있다. 종이에 따라서 먹물을 진하게 써야 하는 경우와 흐리게 써야 하는 경우가 있다. 공부가 많이 된다.

    7) 종이는 많은 양을 사지 않도록 한다. 공기와 접촉하여 산화되기 쉽고, 난방으로 인해 쉽게 건조해진다. 남은 종이는 비닐에 싸서 서늘한 그늘에 아래위로 눌러 보관한다.

    8) 작품지를 구입할 때도 낱장 판매가 되므로, 5~10장씩 5종류 이상 구입해서 써보도록 하고, 반드시 구입한 필방과 작품지의 고유번호, 그리고 특징을 메모하여 두 가지 이상의 종이를 추가 구입하여 쓰도록 한다. 전서나 예서, 해서, 행서 등 서체의 운필 속도가 다르므로 작품의 효과가 특히 잘 나는 종이를 발견할 수 있다.

    9) 종이 중에 구궁지(여백을 두고, 붉은색 실선으로 구등분하여, 칸마다 점선으로 대각선을 그어놓은 종이)가 있는데, 모범이 되는 글씨를 관찰할 때나, 임서초기에 참고로 써보는 것은 좋지만, 장기간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눈으로 구도를 잡아 하얀 공간을 어떻게 남겨가야 하는 것인지 공부하는 것은 매우 큰 공부이다. 따라서 1/2 화선지를 16등분으로 접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글씨의 여백까지 접는 것은 찬성하지 않는다. 선에 의지하다 보면 공간 감각이 자라나는 데 방해가 된다. 전서나 예서, 해서 등을 여러 권 쓰다보면, 같은 서체 중에도 위아래로 길은 것, 좌우로 길은 것, 정사각인 것등 매우 다양한 느낌을 접할 수 있다. 특히 행서를 가로선까지 접어 연습하는 것은 장법(전체 글씨가 어우러지는 예술성)을 익히는데 큰 해가 된다.

   10) 작품 크기도 1/4. 1/2, 전지, 국전지만 할 것이 아니라. 쉽게 구하는 크기의 종이에서 약간씩 잘라내 보기도 하고 옆으로 누이기도 하다보면 아름다운 크기의 작품이 된다. 

  11) 잠깐! 현장 휘호대회장에서 글씨를 쓰다보면 전서나 예서, 어떤 경우에는 해서까지도, 오른쪽 줄부터 왼쪽으로 한 줄씩(세로쓰기) 써내려가지 않고 화선지 윗부분부터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채워서(가로쓰기) 써내려가는 분들을 많이 본다. 주로 명제가 한시로 나오는데, 한시를 음미하면서 5언인 경우 2*3, 7언인 경우 4*3으로 흐름에 따라 먹색도 흐르다 마르다 하여야 할 것이다. 평소에 연습을 할 때에도 문장이 설령 어려울 지라도 입속으로 읽어 쓰다 보면, 좋은 글귀도 발견하게 된다. 장소가 협소하다든가 쉬운 길이라 하여 서도와 서예를 배우는 근본정신에 어긋나는 공부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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