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자방고전 풀이

책만 보는 주부

서예/서예 걸음마

서예교재 고르기

雅嵐 2007. 9. 7. 20:41

 

   1) 법첩이란 공부가 될 만한 모범이 되는 글씨로, 바위 등에 새겨진 글씨의 탁본이나, 좋은 글씨들을 모아 새겨 책자로 편집한 첩, 책, 권, 축, 편액, 주련 등 많은 재료가 교재가 될 수 있다. 그 중에 임서의 기본이 되는 법첩으로는 전서 ‘석고문’, 예서 ‘장천비’, ‘을영비’, 해서 ‘장맹룡비’, 행서 ‘집자성교서’ 등을 삼는다.

    2) 첫 입문은 동방서범이나, 시청각교육사 등에서 나온 책 중에 글자를 점선으로 구등분하여 기본획 중심으로 설명과 함께 편집된 교재를 권하고 싶다. 그 다음으로는 법첩의 원문 그대로 모두 들어가 있으면서, 탁본에서 加筆을 최소화한 교재(일본 이현사, 서령필방의 중국 법첩)를 써야 그 법첩의 깊은 아름다움과 특징을 제대로 공부할 수 있다. 당장 보기 힘들다 하여 수정본만 보다보면 해가 갈수록 원본을 감상할 기회는 점점 멀어진다. 깨진 부분과 글자를 구별해내는 안목은 초기에 겪어야 당연한 것이 된다.

     3) 좋은 법첩을 구하여 닮으려고 애쓰는 과정을 임서라고 하는데, 임서의 처음은 글자의 모양을 흉내내보는 것이다. 길이나 각도, 각각의 비율 등을 여러 번에 걸쳐 비슷해질 때까지 연습하는 것인데, 스승님은 이것을 낱자연습이라 하시면서 8번을 원칙으로 했다. 1번 쓸 때마다 비교하여 고친다면, 8가지를 고칠 수 있다는 원리인데, 한자가 대체로 총획 10획~20획에 집중되어 있어, 부수를 감안한다면 글자 전체를 하나하나 관찰하여 모든 획을 고쳐 쓸 수 있는 방법이다. 몇몇 책에서는 형임(形臨)이라는 표현을 썼다.

    4) 그 다음으로는 법첩에서 느껴지는 글자의 이미지를 흉내 내어 보는 것인데, 대부분 모양 본뜨기에 급급하여, 법첩 전체에 흐르는 대체적인 뜻에 따라 쓰지 않고, 심지어 실수로 나온 필획까지 따라 쓰는 경우가 있다. 때로는 스승의 체본 까지도 자로 재며 문제 삼는 경우도 있다. 체본은 법첩의 전반적인 뜻을 느끼게 하려고 그 책에서 중요시 하는 필의를 집중적으로 연구하여 운필을 보여주고 지도하는 경우이다. 이를 의임(意臨)이라고 하며, 낱자연습이 끝난 후, 법첩만을 보고 자신의 글씨 흐름에 따라, 일필로 3회 이상 써서 이것을 검사받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법첩이 아닌, 스승의 체본에 집착하고, 이 단계를 벗어나지 못한 것이 바로, 제자의 작품 속에서 무슨 법첩을 주로 썼는지는 모르겠고, 그의 스승이 누구인지는 발견할 수 있게 되는 경우이다.

     5) 최종적인 단계를 배임(背臨)이라 하는데, 한 법첩을 꾸준히 열심히 연습한 뒤에, 그 법첩은 등 뒤에 두고, 자신만의 서체를 찾아가는 것으로써, 이것이 바로 창작의 단계이다. 법첩을 집자한 채 그 법첩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그것은 비석의 집자에 불과한 것이다. 오창석이 30년 이상을 석고문을 임서하여 오창석만의 소전을 완성하였고, 천발신참비를 오래 완임한 서삼경의 출사표에서 그가 공부한 법첩의 운필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좋은 글귀를 자신만의 서체로 표현할 수 있는 단계가 가장 바람직한 최고의 단계인 것이다.

    6) 법첩을 공부한 후에는 좋은 글귀를 창작하여야 하는데, 이 과정에 와서 소홀해지기 쉬운 것이, 작품화하고자 하는 문장의 원전이다. 아무리 좋은 글귀에 훌륭한 작품이라 하여도 원작자의 글과 다른 오자. 탈자 등이 있다면 현재 중요시되고 있는 저작권에도 문제가 되지만, 본래 의미를 훼손하게 되어 서예가 아닌 서도로서 근본 법도에 어긋나게 된다. 특히 손쉽게 다른 사람의 작품도록에 의지하는 경우를 많이 보는데, 흔한 유머를 하나 소개해보자. 시험 문제에 ‘생각하는 사람’을 조각한 사람은? 공부 잘하는 학생이 ‘로댕’이라 썼다. 그것을 커닝한 학생 눈이 나빠 ‘오뎅’이라 썼다. 그것을 넘겨본 학생이 커닝한 티를 내지 않으려고 ‘덴뿌라’라고 썼다. 마찬가지로 여러 개인전과 회원전 도록을 접하다 보면 유사하지만 다른 글자나 틀린 글자도 발견되고, 획이 빠진 작품을 많이 본다.

    7) 평소에 책을 읽을 때는 반드시 메모하는 습관과, 좋은 시나 글귀를 발견하면 책제목, 저자, 출판사, 출판연도, 몇 쪽 등 서지를 밝혀 적는 습관을 기르도록 한다. 메모가 자꾸 눈에 뜨여 외워지기도 하고, 갑자기 작품을 해야 할 때 손쉽게 참고할 수 있다. 중앙도서관 등에도 원전을 복사 의뢰할 때 유용하다.

    8) 사서삼경에서 나온 글귀가 확실하다면 반드시 경서를 찾아보고, 성경글귀도 한 자의 틀림이 없어야 되므로 반드시 원본그대로 출전을 밝혀 작품화하도록 한다.

    9) 아무리 그 뜻이 훌륭하더라도 지나치게 대중화 되어 있는 글귀는 이미 그 의미를 깊이 있게 음미하여 전달되기 전에 ‘아, 그거!’ 하듯 식상해지기 쉽다. 이리저리 책을 찾다보면 나에게 맞는 나만의 글귀를 발견할 수 있다. 흔해진 글귀는 피하도록 한다.

    10) 원전은 시대를 거슬러 올라갈수록 좋고, 제도적으로 편찬되었던 책자의 영인본이나, 신뢰감 있는 출판사의 것을 선택하여야 하겠다. 대중화되고 책자로 편찬되어 나온 책일지라도 시대적인 오류가 발견된다면 과감히 버리고 가장 오래된 책자를 근거로 하여야 한다.

    11) 전서 - 예서 - 한글판본체 - 해서 - 행서 - 한글궁체,서간체 - 전서 - 예서 - 해서 - 행서 - 초서 - 이후 같은 순서로 임서와 함께 창작과정을 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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