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下問童子 송하문동자
言師採藥去 언사채약거
只在此山中 지재차산중
雲深不知處 운심부지처
소나무 밑에 있는 동자에게 물으니
말하기를 스승은 약초캐러 가셨노라고
다만 이 산중에 계시는데
구름이 짙어 계신 곳을 알 수 없습니다.
- 賈島, 尋隱者不遇, 한묵보감 335쪽
창작 카테고리에 올라 있는 글귀들은
대부분 서예작품으로는 흔한 글귀이다.
문장의 수준이 높기도 하지만
여러 서체로 서예를 창작하기에
좌우상하 중복되는 글자와 중복되는 획(파책, 날, 적...)이 적고
획수가 허한 글자와 밀한 글자가 고루 배치되어 있다.
실제 문장이 좋은 것을 고르면
가로획이 떡시루처럼 중첩된 것이 어지럽게 결합하거나
날과 책이 손을 맞잡은 듯이 부딪치거나 위아래로 연속되어
연필로 그려보는 과정에서 버려지기 일쑤이다.
그래도 누군가
책을 많이 읽어서 새로운 좋은 문장을 골라
공모전에서 큰 상으로 입상하기라도 하면
그것이 그 문장과 그 서체라서 입상한 것으로 판단하여
촬영한 사진을 선생에게 체본으로 요구하기도 한다.
평평측측...으로 짓는 한시는
같은 글자를 연이어 쓰면 문장짓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때론 어거지로 찾다보니 아주 복잡하고 처음보는 한자를 끼워맞춘다.
그렇다면
서로다른 쉬운 글자를 찾아내어 기교있게 평평측측을 맞추어낸 한시와의
수준을 비교하면 어떨까.
또한 당시에도 필기도구가 붓이었음을 감안한다면
장법의 조화를 맞추어지은 한시와의 수준은...
그러므로
좋은 문장에 감사와 존중의 마음으로 반드시
문장의 출처를 밝혀야 한다.
다음 단계는
많은 사람들이 여러서체로 창작이 나와 있는 문장은 피하는 것이다.
같은 서체라도 여러 방법으로 장법을 바꾸어 창작물이 나와있으므로
창작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문장이 내뿜는 기운을 볼 줄 알고, 읽은 책이 쌓인
文氣 書卷氣를 최고의 작품으로 치며,
한 글자 안에서 획들의 짜임새를 너르고 조밀하게 잘 짜낸 結構
그 글자들이
위아래 줄로 연결되고 양 옆으로 나란히 서게 되면서 조화를 이루는 章法
이 네가지는
서예작품 평가의 최고 항목이다.
영자팔법으로 이르는 기본획은
그야말로 기본이다.
특히
1. 파책(오른쪽으로 눌러 펼치는 획)
2. 략(왼쪽으로 길게 빼는 획)
3. 적(내려 누르다 들어 꺾어 오르는 획)
4. 탁(짧게 왼쪽으로 빼는 획), 점...
순서대로 기본도 안된 프로서예가들이 많다.
무엇이 바쁜지 속도전인데
문장의 내용이 조용하고 안정적임에도 행초를 자랑하는양 휘두르고
그것을 초보자들은 부러워한다.
그래서 마음이 바쁜 나머지 파책의 끝부분까지 책임지지 못하고
그 기량을 닦을 겨를도 없디 툭 끊긴 획으로 써낸다.
끝까지 책임진 획이 점 끝이 되어 모여야만
다음 글자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
문장의 내용에 반하여
서예작품을 창작하기로 하였다면
그 문장이 무슨 말을 호소하는지 '문기'를 깊이 이해하고
그 호소하는 분위기에 맞는 서체를 선택하여
그 문장을 음미하는 호흡으로 써내려가야 할 것이다.
갑골문 금문 전서 예서 해서 행서 초서...
어떤 서체로 작품을 하든,
글자마다 새로 먹물을 찍어 써서
먹색의 다양함을 느낄 수 없고,
윗글자와 아랫글자가 보이지 않는 선으로 연결되지 않은 작품은
창작물이라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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