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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국한문(國漢文) 단어집 『언문(言文)』|작성자 오늘의 도서관

雅嵐 2021. 4. 4.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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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 자료 열람실 ㅣ우리나라 최초의 국한문(國漢文) 단어집 『언문(言文)』   2020. 10. 5. 22:55

 

1909년 지석영(池錫永, 1855~1935)이 편찬한 『언문』은 국어사전 형태로 만든 국한문 단어집으로 1906년 문명개화와 국권회복을 목적으로 설립된 출판사 광학서포(廣學書舖)에서 발행했다. 목차는 서문(2면), 범례(2면), 본문(171면), 색인(36면)으로 되어 있다.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한자(漢字) 약 1만9000자(字)를 선정해 가나다순으로 한글과 한자를 배열해 독음(讀音)을 붙여 제시해놓았다.

지석영은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약 1만9000자를 선정하여 한글과 한자를 동시에 배울 수 있는 국한문 단어집을 만들었다.

한자를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교과서

『언문』 상편(上篇)의 ‘가’ 편이다. 한자어지만 우리말처럼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한자어를 선정했다.

각죵(各種) 학문(學文)을 슌젼(純全)이 국한 ̊문(國漢文)으로 번역(繙譯)하야 한 ̊(漢字)를 약간(若干)만 통()하면 능()히 젼편(全篇) 문의(文義)를  ̊득(解得)하니 실()노 교휵샹(敎育上) 뎨 ̊일(第一) 편이(便易)한 방법(方法)이로다.

『언문』의 서문(序文)에서

 

지석영의 『언문』은 글의 뜻을 해독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든 국어사전 형태의 국한문 단어집이다. 한자를 모르는 남성들은 물론 어린이와 부녀자들이 한글과 한자를 동시에 익힐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언문』의 서문에서도 밝혀져 있듯이 ‘각종 학문(學文)이 국한문(國漢文)으로 번역(飜譯)됨에 따라 한자어(漢字語)에 대한 지식’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지석영은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한자어 약 1만9000자를 선정해 독음을 붙여 제시해놓았다. 상편(上篇)에서 가나다순으로 국문과 한자를 대조하여 한자어를 볼 수 있도록 배열했고, 하편(下篇)에서 한자의 자의(字義)를 국문으로 표기해 한글만 알아도 그에 해당하는 한자를 쉽게 찾도록 만들었다.

 

…… 샹 ̊편(上篇)에는 한 ̊(漢字)로 국문(國文)을  ̊죠 ̊(對照)하야 국어(國語)된 소 ̊이연(所以然)을 발명(發明)하고……

『언문』의 서문에서

 

『언문』의 서문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상편의 역할은 국어화(國語化)된 한자어를 제시하는 데 있다. ‘가’ 편의 한자어를 살펴보면, ‘가로 街路 가로샹 ̊ 街路上 가동주°졸 街童走卒……’과 같이 2음절, 3음절, 4음절 등의 어휘로 제시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위의 ‘가’ 편의 2음절에 해당하는 ‘가로 街路, 가곡 歌曲, 가무 歌舞, 가쟝 家長, 가문 家門, 가구 家口, 가업 家業, 가풍 家風’과 같은 어휘들을 살펴보면 모두 평소 자주 사용하는 일상생활 용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3음절로 된 ‘가야산 伽倻山, 가야국 伽倻國’의 경우 또한 고유명사로서 지명을 익히는 데 필요한 어휘들이다. 4음절로 된 ‘가가호 ̊호 家家戶戶, 가감승제 加減乘除, 가샹존호 加上尊號, 가 ̊동가셔 可東可西’와 같은 사자성어도 눈에 띈다.

글자의 음절을 통해 확인한 것처럼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필요한 어휘부터 사자성어에 이르기까지 단순히 한자어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상편의 편찬 중심은 한자어이지만, 지석영은 『언문』을 통해 한문을 이해하는 것까지 염두에 두었다는 것이다.

또한 ‘가계 ̊ 家計, 가계 ̊ 家契’와 같이 국어 한자음에 붙인 성조(聲調)의 표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한자음의 고저(高低)를 구별하여 발음하도록 고리점(마침표 용도로 사용되는 문장부호)으로 표시해둔 것이다. 이처럼 국어 한자음에 한자의 성조가 표시된 마지막 문헌이라는 선행 연구를 확인해보더라도 지석영의 『언문』은 귀중한 희귀본이라 할 수 있다.

한자어를 기억했다면 이제 한자의 뜻(字義)을 익히자

『언문』 하편(下篇)의 ‘가’ 편이다. 한자의 음훈(音訓)을 국문(國文)으로 표기했다.

하 ̊편(下篇)에는 한 ̊(漢字) 의(字義)를 국문(國文)으로 주 ̊셕(注釋)하엿스니……

『언문』의 서문에서

 

『언문』의 상편에서 ‘우리말처럼 사용하는 한자어를 기억’하는 것이 중점이었다면, 하편에서는 한자의 자의를 익히는 것이 목표이다. 이에 한자의 음훈(音訓)이 제시되어 있다.

예를 들어, 한자의 훈(訓)이 국문으로 표기되어 있음을 볼 수 있는데, ‘가’의 경우 街거리, 歌노래, 嘉아름다올, 家집, 加더할, 袈가사, 伽졀, 價갑, 可올을, 駕멍에할, 假거즛, 軻박회굴대, 嫁시집갈, 枷칼, 暇결을, 柯가지, 痂지, 佳아름다올, 迦부처일홈, 稼곡식시믈과 같은 방식이다. 이는 한자 옆에 한글을 병기하여 언제든지 한자를 쉽게 익힐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한글만 알 경우 그에 해당하는 한자를 쉽게 찾도록 만든 것이다.

 

지석영은 모든 사람이 『언문』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실용 한자어에 익숙해지기를 바랐다. 그래서 한자어지만 우리말처럼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한자어를 선정하려 노력했던 것이다. 『언문』의 상편에는 약 1만9000자가, 하편에는 3487자가 제시되어 있다. 이를 모두 가나다순으로 배열하고, 짧은 시간 내에 어휘력을 신장시키기 위하여 관련어도 함께 제시했다. 특히, 한글과 한자를 발음할 때 단순히 음만 표시했던 것이 아니라, 고저(高低)와 장단(長短)을 표기하여 정확한 발음이 이루어지도록 했다.

『언문』은 학계에서 국어사전 형식으로 된 우리나라 최초의 교과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책을 통해서 근대계몽기, 한글과 한자 학습서의 성격과 의미, 당시 실용한자의 범위, 한글과 한자의 발음 등을 살펴볼 수 있기에 희귀 자료로 열람할 가치가 있다.

김대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강사.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대학교에서 문화콘텐츠학 박사를 수료했다. 저서로는 『KBS한국어능력시험』, 『한국실용글쓰기』, 번역서로 『각색 이론의 모든 것』 등이 있다.

[출처] 희귀 자료 열람실 ㅣ우리나라 최초의 국한문(國漢文) 단어집 『언문(言文)』|작성자 오늘의 도서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