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자방고전 풀이

책만 보는 주부

서예/창작

2005년 5월 - 이인로 산시청람

雅嵐 2022. 12. 8. 07:29

판본의 문제

이 때 내가 참고한 것은 삼한시귀감이다.

당시 책 후반부에 목판본원문이 있어서 신뢰감을 갖고 구매한 책인데

종종 동문선과 다른 글자가 보인다.

이번엔 末(삼한시귀감)->際(가장자리. 가. 경계. 속. 가운데. 안. 사이. 상호간: 고전번역원 동문선)이다.

 

행서 창작 시도

아마도

휘호대회에서 낙관을 쓰다가 행서 창작연습의 필요성을 느낀게다.

왕희지 집자성교서를 아주 열심히 쓰고 또 쓰고 했어도 창작과는 별개이다.

그것은 집자성교서가 교육용 법첩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것만으로 편집하여 창작하는 것 역시 첩의 집자에 불과하게 되는 것 같다. 이렇게 몇 번 벽에 부딪쳐 행초서에 대한 갈망으로 문득 서예과를 생각했던 것 같다.

 

송적팔경도와 山市

뒤늦게 왜 실경산수를 그리기 시작한 시기와 작자가 높이 평가되는지를 알았다.

중국의 산수를 그린 그림을 본을 삼아 그리고 교유하며 또 따라 그리고 그 산수를 보며 아름다움을 시로 읊었었나보다. 옛 그림의 산세가 우리나라 풍경과는 다른 그림들이 많이 내려온다. 송적이 그린 여덟개의 경치 그림을 예찬한 시들이 몇 개 보인다. 처음엔 작자가 잘못된 줄 알았다. 매호(梅湖) 진화(陳澕, ?~?)의 같은 제목 시가 있다.

산시청람 시도 머릿속에 새벽 산그림을 그린 후에야 이 시를 알 수 있다.

어둠속에 하나인 듯 겹겹이 산과 바위와 돌탑들의 그림자가 마치 바다 위의 신기루처럼 새벽이 오고 이내가 걷히면서 이내는 아주 얄팍해지고 그 아래 드러나는 풍경. 산시는 산의 신기루 쯤으로 풀어야겠다.

 

 

고전번역서 > 동문선 제20/ 칠언절구(七言絶句)

송적 팔경도(宋迪八景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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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로(李仁老)

 

평사락안(平沙落鴈)

물 멀고 아득한 하늘 해가 지는데 / 水遠天長日脚斜

볕을 따라 기러기는 모래톱에 내리네 / 隨陽征雁下汀沙

줄줄이 가을하늘의 푸름을 점쳐(점점이) 깨뜨리니 / 行行點破秋空碧

누른 갈대 낮게 스쳐 눈빛꽃을 뒤흔드네 / 低拂黃蘆動雪花

 

원포 귀범(遠浦歸帆)

나룻가 내 끼인 나무 푸르게 우뚝우뚝 / 渡頭煙樹碧童童

열 폭 부들돛폭 만 리의 바람일세 / 十幅編蒲萬里風

옥 같은 회, 은 같은 순채에 가을이 정히 맛나것다 / 玉膾銀蓴秋正美

돌아갈 흥을 이끌어 강동으로 가네 / 故牽歸興向江東

 

강천 모설(江天暮雪)

눈의 뜻이 교태 많아 물에 내리기 더딘데 / 雪意嬌多着水遲

저 수풀 먼 그림잔 이미 어수선하구나 / 千林遠影已離離

도롱이 입은 늙은이 겨울인 줄 몰라서 / 蓑翁未識天將暮

동풍에 버들개지 날리는 땐 줄 잘못 아네 / 誤道東風柳絮時

 

산시 청람(山市晴嵐)

아침에 약간 떠올라 첩첩한 봉우리가 차다 / 朝日微昇疊嶂寒

뜬 이내 가늘어라 엷은 비단을 펼친 듯하네 / 浮嵐細細引輕紈

수풀 사이 보일락말락 몇 집이나 되노 / 林間出沒幾多屋

하늘 가 있는 듯 없는 듯 어디메 산이런고 / 天際有無何處山

 

동정 추월(洞庭秋月)

구름 끝 잔잔한 황금병 / 雲端瀲瀲黃金餠

서리 뒤에 출렁이는 벽옥의 물결 / 霜後溶溶碧玉濤

밤 깊어 바람 이슬 무거운 줄 알고자 하거든 / 欲識夜深風露重

배에 기댄 어부의 한쪽 어깨 높아라 / 倚船漁父一肩高

()나라 조자앙(趙子昻) 승지(承旨)가 이 연()을 고치기를, “기억된다. 태호(太湖)의 단풍잎 늦은데, 수홍정(垂虹亭) 위에 삼고(三高)를 찾다. 元朝趙子昴承旨。改此聯云。記得大湖楓葉晚。垂虹亭上訪三高。하였다.

 

소상 야우(瀟湘夜雨)

한 줄기 창파에 양쪽 언덕 가을이라 / 一帶滄波兩岸秋

바람이 가랑비를 불어 돌아가는 배에 뿌린다 / 風吹細雨洒歸舟

밤사이 강변에 대숲 가까이 와서 자니 / 夜來泊近江邊竹

잎잎이 찬 소리가 모두 다 수심일세 / 葉葉寒聲摠是愁

 

연사 만종(煙寺晩鍾)

천 구비 돌사다리길 흰 구름이 봉했는데 / 千回石徑白雲封

바위에 나무 푸르름이여 저녁빛이 짙어라 / 巖樹蒼蒼晩色濃

연방([])이 푸른 절벽에 감추임을 알겠구나 / 知有蓮坊藏翠壁

좋은 바람 한 소리 종을 불어 떨어뜨린다 / 好風吹落一聲鍾

 

어촌 낙조(漁村落照)

수양버들 기슭에 반만 숨은 초가집들 / 草屋半依垂柳岸

나무다리 건너면 흰 마름 우거졌네 / 板橋橫斷白蘋汀

강산의 아름다운 해 기울 때 더욱 느끼노니 / 日斜愈覺江山勝

일만 붉은 이랑 물결 위에 두어 점이 푸르구나 / 萬頃紅浮數點靑

 

[-D001] 송적 팔경도(宋迪八景圖) : ()나라 화가(畵家) 송적(宋迪)이 소상팔경도(瀟湘八景圖)를 그렸는데, 작자가 그림에다 시를 쓴 것이다.

[-D002] 삼고(三高) : 오강(吳江)에 삼고사(三高祠)가 있는데, 삼고(三高)는 세 사람의 고사(高士), 곧 전국 시대(戰國時代)의 범예(范蠡), ()나라 장한(張翰), 당나라 육귀몽(陸龜蒙)을 말한다.

한국고전번역원 | 김달진 () | 19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