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자방고전 풀이

책만 보는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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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정으로 삼는 해서 우궐조상기

1) 해서의 기본 획을 익힌 후, 그것을 가장 잘 실습하여 볼 수 있는 과정이다. 글자의 짜임새와 소박한 필획은 ‘시평공조상기’만 못하지만, 깨진 글자가 거의 없어 기초과정으로 많이 쓰는 편이다. ‘시평공조상기’는 양각으로 되어 있고, 최고로 치는 글자이므로 후에라도 꼭 써보아야 할 과정이다. 2) ‘우궐조상기’는 석공이 각을 한 도(刀)의 느낌을 배제하더라도 점이나 획 하나하나에, 완벽한 운필이 아니면 구사할 수 없는 방필로 구성되어져 있어서 기초로 익힌 기본획을 실습하고 활용하기에 좋다. 기본획에 장기간을 투자하기 보다는 글씨 속에서 변화하는 기본획의 어울림을 공부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고 본다. 3) 화선지 전지 기준으로 32자 크기 글자 연습 이외에, 그것을 다시 1/4로 축소한 글자크기의 완임..

보기보다 어려운 광개토대왕비

1) 한글 판본체와 잘 어우러져 쓰기 좋은 한자 비문이 바로 우리의 광개토대왕비이다. 2) 많은 분들이 광개토대왕비 필의로 창작을 하고 있지만, 그 깊은 맛을 표현해 내기란 참으로 어렵다. 교재의 잘못인지 비문 자체의 얼그러짐인지 판단하기 힘든, 어리숙하면서도 이지러지고 부조화인 듯 하면서 중심을 이루고 있는 오묘함이 감탄을 자아낸다. 3) 대부분의 한자가 부수의 크기가 작은데 비해, 광개토대왕비의 부수는 많은 글자들이 커져 있다. 많은 한자들이, 떠오르는 느낌으로 윗부분이 촘 촘하고 아랫부분이 성근데 비해, 주저앉은 느낌이 들 정도로 가분수이면서 그 무게에 오른쪽이 처진 듯한, 그렇지만 균형을 잃지 않은 글자들이 많다. 4) 광개토대왕비는 절대로 형임에 그쳐서는 안된다. 그 단계에서는 마치 컴퓨터 고딕..

을영비까지 쓰면 가능한 한글판본체

1) 중국의 법첩의 가치를 중요시하다 보면, 우리가 마시는 공기처럼 한글의 아름다움을 채 알아볼 기회도 잃어버리고, 모두들 알아보는 붓글씨로서의 한글은 두려움까지 갖게 된다. 2) 석고문의 뼈대에, 3분필까지 활용하는 을영비의 활기를 넣고, 조형의 아름다움이 있는 판본체 교재나, 한글 영인본 ‘훈민정음’, ‘용비어천가’, ‘훈몽자회’ 등을 구하여 한문서예에 싫증난 틈틈이 연습하다보면, 디자인이 아름다운 나만의 판본체를 쉽게 작품화할 수 있다. 3) 내가 처음 판본체를 익힐 때는 예광 장성연(이화문화출판사)선생의 교재를 기초로 하였고, 다음으로는 김응현(보한재신숙주선생 한글창제사적비, 정문출판사)선생의 교재를 구하였는데, 이 교재는 고령신씨 대종약회관에서 구입하였고, 한자를 오래 쓰신 분의 강건한 궁체와 ..

두번째 교재로 삼는 을영비

1) 석고문으로 1분필의 활용을 충분히 해보았다면, 1~3분필의 활용을 해보도록 하자. 예서는 대부분의 획들이 전서의 기운이 이어지면서도 그 획에 활기를 불어넣어줄 수 있어서 두 번째로 택하여 권하기에 좋은 단계이다. 2) 기초과정으로는 ‘장천비’를 먼저 택하여야 하겠지만, 비문의 탁본이 훼손이 심하여. 어르신이 많은 주민자치센터에서 교재로 삼기에는 어려움이 많고, 붓 잡은지 4~5개월 만에 예서를 접하면서 ‘장천비’의 소박한 아름다움을 깊이 있게 느끼기에는 아직은 무리로 생각된다. 또한 글자의 자형이 대부분의 예서 자형에 비하여 생략되고 특이한 것이 많아 오류를 범하기 쉽다. 후비부분으로 가서는 중복되는 글자가 많아서 처음 시작하면서 완임의 긴장감을 주장하기에 느슨해지기 쉬운 점이 있어서 그다지 권하고..

교재의 첫걸음 전서 석고문

1) 전서 석고문을 첫 번째 교재로 선택하는 이유는 획의 구성이 왼쪽에서 오른쪽 뿐 만 아니라 오른쪽에서 왼쪽이나, 아래에서 위로 거슬러 올라가는 획들이 많아서 붓면을 골고루 사용하는 운필을 하기에 적합하다. 2) 또한 붓의 일분필만 사용하므로 성글거나 복잡한 글자의 구성을 고루 임서해 가면서 획의 뼈대를 튼튼히 하는 연습을 하기에 충분하다. 3) 획과 획이 어우러지는 조형성이 뛰어나 글자를 구성하는 짜임새를 공부하기에 좋다. 4) 기필(획의 시작)과 수필(획의 마무리)의 맺음이 매우 단정하여서, 모든 서체의 기본으로 익히기에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5) 글자를 보면 해서나 행서에 비해 현대에 잘 쓰이지 않는 글자가 많아 낯설기도 하고 글자를 익히기에 어려움도 많지만, 시대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석고..

서예교재 고르기

1) 법첩이란 공부가 될 만한 모범이 되는 글씨로, 바위 등에 새겨진 글씨의 탁본이나, 좋은 글씨들을 모아 새겨 책자로 편집한 첩, 책, 권, 축, 편액, 주련 등 많은 재료가 교재가 될 수 있다. 그 중에 임서의 기본이 되는 법첩으로는 전서 ‘석고문’, 예서 ‘장천비’, ‘을영비’, 해서 ‘장맹룡비’, 행서 ‘집자성교서’ 등을 삼는다. 2) 첫 입문은 동방서범이나, 시청각교육사 등에서 나온 책 중에 글자를 점선으로 구등분하여 기본획 중심으로 설명과 함께 편집된 교재를 권하고 싶다. 그 다음으로는 법첩의 원문 그대로 모두 들어가 있으면서, 탁본에서 加筆을 최소화한 교재(일본 이현사, 서령필방의 중국 법첩)를 써야 그 법첩의 깊은 아름다움과 특징을 제대로 공부할 수 있다. 당장 보기 힘들다 하여 수정본만 ..

화선지와 붓글씨 쓰기

1) 필방에 가면 경현지, 옥당지, 백설지 등 종이의 이름을 말할 것이 아니라, 연습지, 작품지, 전각용지 등 종이의 용도와 원하는 종이의 느낌를 말하고 구하도록 한다. 종이 이름을 어설프게 주장하다보면 종이에 대한 무지함이 드러나기도 한다. 상식을 깨는 종이 이름 한 가지. ‘菊全紙’를 국전에 일반적으로 내는 크기라서 ‘國展紙’로 알았는데, 처음 수입되던 상표 다알리아 꽃에서 유래된 이름이라고 한다. 2) 종이는 지명에 따라 한지, 선지, 대만지, 푸양지 등과 피, 목, 초 등 재료에 따라 닥지, 죽지, 마지, 태상지 등이 있으며, 아교 등으로 번지지 않게 표면 처리한 숙지와 처리하지 않은 그대로의 생지, 두께(단선, 중선..)와 크기(전지, 국전지..), 그리고 가공(쇄금지, 묘금지..)정도에 따라 ..

벼루와 먹물만들기

1) 보통 5*8사이즈라 하는데 15*24cm 벼루를 말한다. 붓이 충분히 잠길 정도의 양을 담을 수 있어야 한다. 더 큰 벼루는 무게를 감당하기 힘들고 각종 대회에 휴대하기 불편하다. 무엇이든 하나로서 쓰도록 하자. 사는 동안 짐은 적을수록 좋다. 짐이 많아지면 그것들을 매만지고 이동하는 시간들이 모여서 어마어마한 시간을 낭비하고 살게 된다. 2) 단계연 등 명품벼루를 소장한 몇몇 분들을 본적이 있다. 먹이 갈리는 벼루의 오돌도돌한 돌기들을 봉망이라 하는데 그것들의 크기가 미세하고 촘촘하기 때문인지 1시간을 갈아도 먹물이 흐려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채석하는 과정에서 바위로 예를 들자면 겉 부분과 속 부분 등 어느 부분으로 만드느냐에 따라 질의 차이가 매우 크다고 한다. 재료에..

먹과 먹물

1) 연습용 먹을 구입한다. 기초 획 긋기를 할 때는 먹물 소모가 많으므로 연습용 먹물(2천원 내외)도 무방하다. 물을 5~10%정도 첨가하면 부드럽게 쓸 수 있다. 기초 획 1달이 지나면 반드시 먹을 갈아 사용하도록 한다. 카본의 질은 비슷하지만 먹물농도의 감을 익히는 것은 오랜 시일이 걸리므로 처음부터 함께 공부가 되어야 한다. 2) 매우 단단한 것은 아교의 함량이 많고 갈기 힘들어 서예입문에 장애가 되기 쉽다. 특히 중국산 연습 먹은 매우 단단하므로 잘 알아보고 구입한다. 3) 너무 싼 먹은 조금만 갈아도 젤 상태로 되어, 썼을 경우 먹과 물이 분리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획이 미끄러지므로 9천원 내외의 것을 사용한다. 4) 먹 상표의 명성에 따라 구입하는 일이 없도록 한다. 재료는 채종유, 대두유,..

예서의 기본 을영비와 장천비

*위 두 이미지는 을영비 임서(본인)와 을영비 법첩, 아래 두 이미지는 장천비 임서(본인)와 장천비 법첩입니다. 두개씩 편집할 줄을 몰라 파이로 했는데 네개짜리밖에 없네요. *을영비는 94년에, 장천비는 97년에 완임하였는데 지난 주에 다른 회원이 장천비를 '이현사' 교재로 임서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회원 글씨를 보고는 장천비가 아닌 줄 알았다 교재에 따라서 느낌이 확연히 차이가 나는 것을 보고 다음에는 다른 출판사 것으로 한 번 써 보고 싶다. *을영비의 특색(이희열, 미협초대작가, 서법예술 게재 글 중 일부) 팔분 예서법의 正宗으로 결구가 튼튼하고 크다. 언뜻 보며는 평범한 모양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 붓을 들고 써 보면, 波法이라도 힘이 뭉친 것으로 소박한 느낌을 넣어 잘 당겨 매어두고 있으며. '孔..

교재 1번 석고문 그리고 서령인사기

석고문 오창석 임 석고문 오창석 서령인사기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 상대방이 어떻든, 어떤 사람을 만나든, 환경이 어떻게 변하든.. 석고문을 임서하다가 이 페이지를 만나면 '물 수'와 '고기 어'의 변하는 모습에 참으로 감탄이 절로 나온다. '못 견'자 처럼 옆 글자가 뻗뻗하면 '물 수'자도 뻗뻗하고, '못 연'자가 있는대로 몸을 뒤틀어 휘돌아 가면 자신도 역시 한껏 뒤틀어진다. 그러면서도 발은 상대방을 향해 뻗어 있다. '고기 어' 역시 길어졌다 납작해졌다 넓혔다 해가며 그 복잡한 글자가 서로 조율을 한다. *10여년간을 구양순체와 왕희지 글씨만 공부하다가, 이 책을 몇달 배웠을까? 다양한 서체가 출품되는 서예전시회에 갔다가, 마치 소경이 눈을 뜬 것처럼 많은 글씨들이 익숙하게 다가왔다. 낯선 글자..

이 집은 누구인가(김진애) 중에서

내가 집에 있기 제일 좋아하는 때는 비 올 때다.주룩주룩 장마비가 지루하게 내려서 눅눅하고 축축하면 차마비를 즐길 엄두가 나지 않기도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비가 좋다. 살아봤던 집 중 한여름을 났던 집은 유리천창이 온 사방에 있던집이었는데, 그 천창 여러 군데에서 비가 샜었다. 그것도 항상같은 곳에서 떨어지는 것도 아니라서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여기저기 주전자와사발을 갖다놓고 물 떨어지는 다양한 소리를 노래처럼 들으며 한 철을지냈던 추억이 있다. 지금 내가 사는 집에도 여름 장마가 네닷새 심하게 계속되면두세군데 물이 새는데 영 근원을 잡지 못하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막무가내로 비가 놓다 창문에 흐드드득 빗발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면 안온한 느낌과 모험의 느낌이같이 든다. 침대 바로 위에 비스듬..

남들이 시를 쓸 때(오규원),녹암선생 숙야잠,사물잠

남들이 詩를 쓸 때 吳 圭 源 잠이 오지 않는 밤이 잦다. 오늘도 감기지 않는 내 눈을 기다리다 잠이 혼자 먼저 잠들고, 잠의 옷도, 잠의 신발도 잠의 門碑도 잠들고 나는 남아서 혼자 먼저 잠든 잠을 내려다 본다. 지친 잠은 내 옆에 쓰러지자마자 몸을 웅크리고 가느다랗게 코를 곤다. 나의 잠은 어디 있는가. 나의 잠은 방문까지는 왔다가 되돌아 가는지 방 밖에서는 가끔 모래알 허물어지는 소리만 보내온다. 남들이 詩를 쓸 때 나도 詩를 쓴다는 일은 아무래도 민망한 일이라고 나의 詩는 조그만 충격에도 다른 소리를 내고 잠이 오지 않는다. 오지 않는 나의 잠을 누가 대신 자는가. 나의 잠은 잠의 평화이고 나의 잠은 잠의 죽음이라고 나의 잠은 잠의 꿈이고 나의 잠은 잠의 현실이라고 나의 잠은 나를 위해 꺼이꺼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