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자방고전 풀이

책만 보는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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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재 1번 석고문 그리고 서령인사기

석고문 오창석 임 석고문 오창석 서령인사기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 상대방이 어떻든, 어떤 사람을 만나든, 환경이 어떻게 변하든.. 석고문을 임서하다가 이 페이지를 만나면 '물 수'와 '고기 어'의 변하는 모습에 참으로 감탄이 절로 나온다. '못 견'자 처럼 옆 글자가 뻗뻗하면 '물 수'자도 뻗뻗하고, '못 연'자가 있는대로 몸을 뒤틀어 휘돌아 가면 자신도 역시 한껏 뒤틀어진다. 그러면서도 발은 상대방을 향해 뻗어 있다. '고기 어' 역시 길어졌다 납작해졌다 넓혔다 해가며 그 복잡한 글자가 서로 조율을 한다. *10여년간을 구양순체와 왕희지 글씨만 공부하다가, 이 책을 몇달 배웠을까? 다양한 서체가 출품되는 서예전시회에 갔다가, 마치 소경이 눈을 뜬 것처럼 많은 글씨들이 익숙하게 다가왔다. 낯선 글자..

이 집은 누구인가(김진애) 중에서

내가 집에 있기 제일 좋아하는 때는 비 올 때다.주룩주룩 장마비가 지루하게 내려서 눅눅하고 축축하면 차마비를 즐길 엄두가 나지 않기도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비가 좋다. 살아봤던 집 중 한여름을 났던 집은 유리천창이 온 사방에 있던집이었는데, 그 천창 여러 군데에서 비가 샜었다. 그것도 항상같은 곳에서 떨어지는 것도 아니라서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여기저기 주전자와사발을 갖다놓고 물 떨어지는 다양한 소리를 노래처럼 들으며 한 철을지냈던 추억이 있다. 지금 내가 사는 집에도 여름 장마가 네닷새 심하게 계속되면두세군데 물이 새는데 영 근원을 잡지 못하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막무가내로 비가 놓다 창문에 흐드드득 빗발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면 안온한 느낌과 모험의 느낌이같이 든다. 침대 바로 위에 비스듬..

남들이 시를 쓸 때(오규원),녹암선생 숙야잠,사물잠

남들이 詩를 쓸 때 吳 圭 源 잠이 오지 않는 밤이 잦다. 오늘도 감기지 않는 내 눈을 기다리다 잠이 혼자 먼저 잠들고, 잠의 옷도, 잠의 신발도 잠의 門碑도 잠들고 나는 남아서 혼자 먼저 잠든 잠을 내려다 본다. 지친 잠은 내 옆에 쓰러지자마자 몸을 웅크리고 가느다랗게 코를 곤다. 나의 잠은 어디 있는가. 나의 잠은 방문까지는 왔다가 되돌아 가는지 방 밖에서는 가끔 모래알 허물어지는 소리만 보내온다. 남들이 詩를 쓸 때 나도 詩를 쓴다는 일은 아무래도 민망한 일이라고 나의 詩는 조그만 충격에도 다른 소리를 내고 잠이 오지 않는다. 오지 않는 나의 잠을 누가 대신 자는가. 나의 잠은 잠의 평화이고 나의 잠은 잠의 죽음이라고 나의 잠은 잠의 꿈이고 나의 잠은 잠의 현실이라고 나의 잠은 나를 위해 꺼이꺼이 ..